셰프 변신한 주지스님 "한우불고기 피자 굽는 까닭요? 세상이 바뀌었으니"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2021. 4. 19. 06: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스님이 승복을 벗고 피자를 굽는 요리사로 변신했다.

지난 4일 증심사에서 만난 중현스님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증심사 대중스님들과 봉사팀이 함께 역할 분담을 해서 피자를 굽는다"며 "피자를 굽는 과정에서 이것저것 다해봤지만 도우 위에 불고기와 야채 등을 얹는 토핑이 내 주된 역할"이라고 했다.

'중현스님의 행복한 피자가게'는 대한불교조계종 승보총림 송광사의 말사인 증심사의 대중스님과 신도들이 사단법인 자비신행회와 함께 2019년부터 광주 동구 장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시작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주 무등산 증심사 '중현스님의 행복한 피자가게' 운영
'18년말 부임 후, 종이서류 없는 종무행정과 투명한 재무관리 이뤄내
광주 증심사 주지 중현스님이 신도들과 함께 불우청소년들에게 전달할 피자를 요리하고 있다. (제공 자비신행회)© 뉴스1

(광주=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스님이 승복을 벗고 피자를 굽는 요리사로 변신했다. 광주광역시 무등산에 있는 증심사 주지 중현스님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19년부터 '중현스님의 행복한 피자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일 증심사에서 만난 중현스님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증심사 대중스님들과 봉사팀이 함께 역할 분담을 해서 피자를 굽는다"며 "피자를 굽는 과정에서 이것저것 다해봤지만 도우 위에 불고기와 야채 등을 얹는 토핑이 내 주된 역할"이라고 했다.

'중현스님의 행복한 피자가게'는 대한불교조계종 승보총림 송광사의 말사인 증심사의 대중스님과 신도들이 사단법인 자비신행회와 함께 2019년부터 광주 동구 장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시작했다.

광주 증심사 주지 중현스님이 신도들과 함께 불우청소년들에게 전달할 피자를 차량에 실고 있다. (제공 자비신행회)© 뉴스1

이 가게는 광주 지역 청소년들을 초청해 한우불고기피자와 감자튀김과 음료수를 공양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잠시 운영을 중단해야만 했다. 중현스님은 "코로나가 종식돼 아이들을 카페로 다시 초대해 직접 주문도 받고 피자도 굽고 싶다"고 말했다.

살생을 금하는 불교에서 왜 하필 한우불고기피자를 제공하느냐는 우문에 중현스님은 "아이들은 좋아하니까"라며 "아이들이 스님도 아닌데"라고 웃었다. 그는 "광주 지역에 보호시설에 있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어려운 청소년들이 의외로 많아서 보육시설 등에 피자 30판을 구워 보내는 방식으로 지난 2월부터 활동을 재개했다"고 덧붙였다.

중현스님은 피자 한판을 굽는 과정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토핑을 많이 올리면 맛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더라"며 "적절하게 올려야 화덕 안에서 잘 구워져서 맛을 낸다"고 말했다.

중현스님은 "맛있는 피자의 비결이 있듯이 바뀐 세상에 맞는 종교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종교는 필수가 아닌 선택의 시대다.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찾아가는 포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무원들이 대형 모니터를 통해 행정서류를 함께 보면서 회의를 하고 있다. (제공 광주 증심사) © 뉴스1

바뀐 시대에 맞는 불교의 자리 찾기. 중현스님의 이런 생각은 2018년 11월 부임한 증심사의 종무 행정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증심사의 모든 종무행정은 온라인으로 옮겨가 종이서류가 존재하지 않는다.

증심사의 모든 행정문서와 콘텐츠는 마이크로소프트 원드라이브에 저장돼 있다. 15명의 스님과 종무원들은 MS오피스 프로그램인 파워포인트, 엑셀을 비롯해 원노트, 일정 관리프로그램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해당 자료를 언제 어디서라도 확인하고 수정하고 있다.

중현스님은 "크지 않은 증심사지만 사찰의 특성상 휴일이 없고 근무시간도 각자 들쭉날쭉해서 발생하는 소통의 문제를 개선하고 싶었다"며 "여러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해 지난달부터 종무원들의 주5일 근무를 시험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광주 증심사 주지 중현스님이 사찰에 찾아온 고양이와 눈빛을 나누고 있다. (제공 광주 증심사)© 뉴스1

이런 노력은 증심사의 모든 수입의 결산을 신도들에게 일임한 것으로도 드러난다. 증심사 신도회 자원봉사자들이 불전함, 인등 수익 등을 직접 결산해 종무실에 전달하면 종무원은 행정처리만 담당한다.

중현스님은 "증심사라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출가자, 재가자 다양한 분들이 어느 하나 소홀한 부분 없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자기 생각이 증심사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중현스님은 "시대가 바뀌어서 종교가 선택으로 놓였지만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불교가 청정과 수행이라는 큰 틀에서 요즘 사람들이 실존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갈망을 채워주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무등산 서쪽 기슭에 자리를 잡은 대한불교조계종 승보총림 송광사의 말사인 증심사 전경© 뉴스1

art@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