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부동산 정책 목 비틀기?.. 김부겸, 성난 민심 달랠까
김부겸·윤호중 등 개선 불가피 지적
1주택자 세부담 경감 논의 속도낼 듯
◆김부겸, “내 집 마련 꿈 죄악시 안 돼”
18일 세계일보가 김 후보자의 과거 부동산 관련 발언을 분석한 결과 △공공 주도 임대주택 확대 △유휴지 활용 및 그린벨트 일부 해제 △무주택자 대출규제 재검토 등이 핵심이다. 규제 중심의 정부 정책과 인식차를 보였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8월 당 대표 경선 출마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부동산 정책 구상을 자세히 밝힌 바 있다. 그는 “신도시 건설과 같은 기존 방식은 막대한 토지보상과 분양가 상승 등으로 부동산 거품과 투기를 조장한다”며 민간 대신 공공 주도 직접 개발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강조했다. 공공임대주택을 어디에 지을 것이냐는 질문엔 “수도권에는 철도역사와 차량기지, 물재생센터·학교부지, 공공기관 이전 부지 등 가용할 수 있는 국공유지들이 많다”고 밝혔다. 연장선상으로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선 “주거 문제의 시급성 때문에 일부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찬성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또 “한국인은 집을 주거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소유해서 내 재산을 갖고 싶은 것이다. 그건 건강한 욕망”이라며 “내 집을 갖겠다는 사람들의 요구까지 죄악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 대책이 실소유자인 무주택자들의 주택 구입을 막은 반면, 현금부자들은 구입을 쉽게 해줬다는 지적이 있다”고 꼬집었다.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를 촉구한 것이다.
윤 원내대표도 부동산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예고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6일 정견발표에서 “정부가 실시한 부동산 정책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과감히 바꾸겠다”며 “투기는 엄정히 막되 1가구 1주택 원칙으로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확대와 금융·세제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윤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들이 ‘부동산 정책 방향을 수정하느냐’고 묻자 “현재 진행되는 것은 그대로 하고, 제도를 미세조정할 부분이 있을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2·4 대책의 공급 확대 기조는 유지하되, 실수요자를 위한 금융·세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주당 내 부동산 정책 논의는 당장 이번 주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부동산 특별위원회가 금주 중 발표될 것”이라며 “정책위의장 주도로 특위 구성원 인선이 이뤄지는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부동산특위는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5·2 전당대회 전까진 향후 활동 내용 등을 점검하고, 전당대회 이후 본격적인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에선 내년 3월 대선까지 부동산 민심을 달래지 못하면 또다시 처참한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부동산 이슈는 원내대표 혼자가 아닌 대표·최고위원 등 모든 당 지도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사안이라는 기류가 있다.
김 후보자와 윤 원내대표, 당내 발언 등을 종합하면 향후 부동산 대책으론 1가구 1주택 원칙은 유지하되 무주택자나 장기보유자·실거주자를 투기적 수요로 판단하는 현 세제를 개정하는 방향이 거론된다. 1주택자의 경우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상향 조정하고,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1가구 1주택의 재산세를 감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14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공시가격 상승률(19.08%)을 현실화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이다.
정청래 의원은 1주택자 보유세, 2주택자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종부세·지방세·소득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1주택자 종부세 부과기준을 공시가 ‘9억원 초과’에서 ‘12억원 초과’로 높이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재 의원도 이날 KBS에 출연,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대한민국 1%에게 매겼던 세금이 종부세”라며 “지금 서울 같은 경우 (종부세 대상자가) 16%면 너무 많다. 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대폭 상향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4·7재보선 준비 등을 이유로 지난달 14일 이후 열리지 않았던 고위 당정청 협의회도 이날 한달 만에 재개돼 부동산 등 정책 현안을 점검했다.
부동산 정책 수정의 또 다른 주체인 정부도 어깨의 짐이 무겁다. 김 후보자와 함께 지명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문재인 정권 말기 집값 잡기의 ‘마무리 투수’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노 후보자가 무사히 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계획·설계하는 쪽보다는 기존 정부의 방침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쪽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로 공공 주도 개발사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정부의 2·4 공급대책을 무사히 추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게다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으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졌고,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이 공시가격 산정 오류 논란을 포함한 부동산 정책에 각을 세우는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노 후보자는 국토부 관련 업무를 담당한 적은 없지만,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예산실과 국무조정실장을 거치며 다른 부서와 소통이나 정책 협력에 장점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정부 초기부터 다양한 정책 이슈로 여당 인사들과 교류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국회 차원의 입법 지원을 받는 데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부겸, 휴일도 잊은 채 출근… 청문회 본격 준비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공식 업무 개시를 하루 앞둔 18일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준비에 나섰다. 문재인정부 임기가 1년 남은 만큼 총리로서 활약할 시간이 길지 않지만, 김 후보자가 맡을 정치적 역할은 절대 가볍지 않은 상황이다. 정권 말기 흔히 불거질 수 있는 당정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국정과제를 마무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했다. 후보자로서 공식 일정은 19일부터다. 그러나 청문회준비단과 인사하고 인사청문 현안을 미리 검토하기 위해 비공식 성격으로 첫 출근을 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16일 지명 직후에도 사무실을 찾아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출근길 차량에서 내린 김 후보자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수고하신다”며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넨 뒤 “앞으로 있을 인사청문회 준비를 오늘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다만 “오늘은 아직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현안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위기에 당정 가교 역할을 통해 안정적 국정운영을 지원하면서 당내 불협화음 역시 최소화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당장 당정이 부동산 정책 수정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부동산 문제 해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등 산적한 국정현안 해결의 조율에 나서야 한다. 여당 소속이지만 야당 텃밭인 TK(대구·경북) 출신인 만큼, 야당과 협치에도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16일 청와대 인사 발표 직후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총리 지명을 받았다”면서 “부동산 문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건 등 국민의 따가운 질책에 대해 원칙을 세워 쇄신하겠다. 대한민국의 공동체 미래를 위해 야당과 협조하고 협의 구하는 일에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동수·곽은산·박세준·곽은산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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