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수본, 주요 사건은 경찰청장에 보고' 훈령 마련 움직임

유희곤·허진무 기자 2021. 4. 19. 0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시 등 긴급 상황 외 개입 불가' 경찰법에 명시된 원칙인데
모든 주요 사건 인지하고 지휘 가능..독립·중립성 침해 우려

[경향신문]

경찰청에 걸린 국가수사본부 현판. 이석우 기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주요 사건 수사를 개시·종결하거나 수사가 진행 중일 때 수사 내용을 경찰청장에게 보고하도록 관련 규정(경찰청 훈령)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올해 검경 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국수본을 출범하면서 수사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경찰청장은 원칙적으로 개별 수사 사건 지휘는 할 수 없다고 강조해왔지만, 관련 규정이 확정되면 경찰청장이 사실상 주요 사건 내용을 모두 인지하고 수사 지휘도 할 수 있게 된다.

1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국수본은 이번달 초부터 ‘국수본의 개별 사건 경찰청장 보고 기준’ 안을 마련 중이다. 국수본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공공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긴급하거나 중요한 사건’, ‘언론보도 등으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 ‘사회적 반향이 크거나 중대한 사건으로서 국수본부장이 지정한 사건’을 내사 또는 수사하게 되거나 수사를 끝냈을 때 관련 내용을 경찰청장에게 보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필요할 경우 중간수사 진행 상황도 수시로 보고할 수 있다. 보고 방법도 서면이 원칙이지만 보안 유지가 필요하거나 긴급할 때는 유·무선도 가능하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 제14조 6항은 “경찰청장은 경찰의 개별 사건 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없지만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 수사 시 경찰 자원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등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국수본부장을 통해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관련 대통령령은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의 종류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발생’ 등 4가지 경우를 나열하고 경찰청장의 수사지휘 방법은 서면이 원칙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수본이 마련 중인 경찰청장 보고 규정은 관련 법률과 대통령령에는 없는 개별 사건의 경찰청장 보고 시점을 자체 규정으로 확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고 대상 사건 중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 ‘사회적 반향이 크거나 중대한 사건으로서 국수본부장이 지정한 사건’은 해당 법률과 대통령령에는 경찰청장이 지휘 가능한 사건에 포함돼 있지 않다.

국수본 안대로면 경찰청장은 사실상 모든 주요 사건의 내사 착수 시점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필요시 수사 지휘를 할 수 있게 된다. 국수본 관계자는 “경찰청장이 수사 사무를 총괄하면서 사건 보고를 받아야 일반적 지휘를 할지 구체적 지휘를 할지 결정할 수 있다”면서 “여러 의견을 검토해 5월 중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수본부장과 경찰청장의 관계는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관계를 차용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사건 보고 기준을 둘러싸고 2019년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법무부는 2019년 11월 검찰총장이 주요 사건을 수사·공판 단계별로 장관에게 보고하는 내용으로 법무부령인 ‘검찰보고 사무규칙’을 개정하려 했다. 김오수 당시 법무부 차관이 2019년 11월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검찰은 수사기관의 독립성, 수사 보안과 밀행성이 훼손된다며 반대했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 내용이 알려지는 압수수색 후나 기소 여부를 결정한 후 사건의 주요 내용만 법무부에 사후 보고해왔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후 검찰보고 사무규칙은 개정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은 기존처럼 사건 내용을 아예 법무부에 보고하지 않거나 주요 사건 내용만 사후에 간단히 법무부에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희곤·허진무 기자 hul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