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양극화](하)협력업체 임금 증가는 '찔끔' 흔들리는 낙수효과[단독]

박상영 기자 2021. 4.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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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직원과 협력업체 보수도 'K자 양극화'

[경향신문]

대기업 계열사 내 임원과 직원 간의 보수 격차만 커지고 있는 게 아니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직원 간의 임금격차도 커지고 있다. 비대면 산업이 성장하면서 관련 업종 대기업은 보수가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협력업체 직원들의 인상폭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코로나19 이후 K자 양극화 속에 대기업 총수를 비롯한 임원들의 보수는 크게 늘고, 대기업 직원 임금은 조금 늘면서 보상체계 산정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협력업체 직원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 협력업체 ‘찔끔’, 낙수효과 없다

삼성전자 직원 보수 증가율
1차 협력업체보다 5배 높아
시황 좋아도 낙수효과 ‘찔끔’

18일 경향신문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삼성전자의 1차 협력업체 모임인 ‘협성회’ 소속 중견·중소기업 15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직원 평균 보수는 2019년 평균 503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5190만원으로 약 160만원(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직원 평균 보수는 1억800만원에서 1억2700만원으로 1900만원(17.6%) 증가했다. 삼성전자 직원의 보수 증가 속도가 다섯 배가 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간의 급여 격차도 2.1배에서 2.4배로 벌어졌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 중 상장된 곳은 중소·중견기업 중에서도 우량기업”이라며 “다른 업종의 협력업체의 경우에는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자동차 업종의 사정이 그렇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사 중 상장된 중견·중소기업 33곳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직원 보수는 평균 5730만원으로 제자리걸음했다. 33곳 중 13곳에서 보수가 감소한 탓이다.

자동차가 상대적으로 다른 업종에 비해 연봉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도 보수가 그대로라는 점은 그만큼 위기라는 뜻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몇년간 자동차 업종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 간의 임금 격차도 확대됐다”며 “완성차 업체는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데 비해 부품업체는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장된 중소·중견기업의 처우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점을 고려하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올해 발표한 ‘2019년 임금일자리 소득(보수)결과’를 보면 중소기업 평균 월 보수는 245만원으로 대기업(515만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 ‘총수’만 나홀로 증가

대한항공 직원 평균 급여
8100만원 → 6800만원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항공서만 3억5400만원 ↑
“경영 부진 탓 주 4일 근무”
호텔신라, 직원 감봉하며
이부진 사장엔 “리더십”
상여금 17억8000만원 ↑

대기업 직원과 협력업체 보수는 모두 감소하는데 그룹 총수만 ‘나홀로 증가’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은 직원 평균 급여가 8100만원에서 6800만원으로 감소했다. 지상조업사인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 평균 보수는 5100만원에서 4600만원으로 500만원이 줄었다. 반면, 총수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13억7800만원→17억3200만원)과 지주사인 한진칼(5억1500만원→13억6600만원)에서 보수가 늘며 1년 전에 비해 12억원(18억9300만원→30억9800만원)이나 더 가져갔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두 차례 열린 보상위원회는 심의만 했고 찬반의결 내용은 없었다. 이총희 회계사는 “심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호텔신라는 직원 보수는 줄었지만 사내 보수 상위 5명(보수 지급액 5억원 이상)의 지급액은 35.1% 증가했다. 특히 이부진 사장의 보수는 32억600만원에서 48억9200만원으로 17억원 가까이 늘었다. 급여는 소폭 감소(12억8000만원→11억8400만원)했지만 상여가 대폭 증가(19억2100만원→37억100만원)한 영향이다. 호텔신라는 공시에서 “어려운 대외 경영환경 속에서도 경영 역량과 리더십을 발휘”했다며 이 사장의 상여금 산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호텔신라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44.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1853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직원 평균 보수는 59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직원 수는 2589명에서 2299명으로 감소했다. 호텔신라 측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임원의 경우 2017~2019년 사업 성과가 좋았던 때의 중장기 인센티브가 성과금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직원 보수 감소에 대해서는 “최근 경영 부진으로 직원은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회장님의 높은 ‘기본급’

총수 일가는 회사 성과와 연동되는 상여보다는 기본급 성격인 급여 비중이 높았다. 최태원 (주)SK회장은 지난해 33억원의 보수 중 23억원(69.6%)이 급여였다. 46억9900만원 중 급여로 14억원(29.8%)을 받은 장동현 SK사장보다 비중이 39.8%포인트나 높다. (주)SK는 “이사보수 지급기준에 따라 직책과 직위, 리더십, 전문성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19억7500만원의 보수 중 급여가 12억4000만원(62.8%)이었다. 34억5900만원의 보수 중 급여가 12억원(34.7%)이었던 한성숙 대표이사보다 급여 비중이 높았다. 네이버는 이 GIO의 급여 산정 기준에 대해 “개인의 역할과 수행 직무의 가치를 고려해 보상위원회에서 지급 수준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 같은 급여 비중 문제는 그간 꾸준히 제기돼왔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19년 발표한 ‘2018년 상장회사의 고액보수 임원 분석’을 보면 총수일가 보수 중 급여 비중은 67.3%로 전문경영인(47.2%)보다 20.1%포인트 높았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지배주주 일가에 대한 보수책정이 회사의 성과나 개인의 역량과 큰 관계없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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