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보수 근거 '40페이지' 쓰는데..대부분 한국 기업 "여러 지표 고려" 한 줄 [K-양극화 (하)]

박상영 기자 2021. 4.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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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상민 기자

연간 보수액이 5억원을 넘는 상장회사 임원은 개인별 보수액과 구체적인 내용을 사업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이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공시 내용이 부실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서정진 명예회장은 상여로 27억4100만원을 받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산정 기준에 대해 “성과보수위원회 의결사항”이라고만 밝혔다. 셀트리온이 서 회장에게 23억2400만원을 지급할 때에도 “성과보수위원회가 매출액과 영업이익, 생산실적 등의 업무평가와 사내문화, 사업전략, 기업가치, 위기관리 성과 등 특별성과에 대해 평가항목별 달성률·기여도를 평가해 지급률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구체적인 경영성과 목표 및 달성 정도는 언급되지 않았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50대 그룹 중 상여 규모가 두 번째로 많은 66억6800만원에 달했지만, CJ제일제당은 “매출, 영업이익 등으로 구성된 계량지표와 회사에 대한 기여도 등으로 구성된 비계량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본연봉의 0~210% 내에서 지급했다”고만 설명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공시 내용만으로는 이 같은 고액의 보수가 어떻게 산정됐는지 이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이 구체적으로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구체적 언급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삼성전자는 김기남 대표이사에게 66억1200만원의 상여를 지급하면서 “2017~2019년 사이 자기자본수익이익률(ROE) 15.7%, 세전이익률 20.7%, 주가상승률 54.8%를 달성했고 2020년 연간 반도체·부품(DS) 부문 매출액 103조원, 영업이익 21조1000억원을 달성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박정호 사장에게 56억7900만원의 상여를 지급하면서 카카오와의 전략적 투자로 투자수익률이 183%를 기록한 점, 티브로드의 인수·합병과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추진 등을 산정 기준으로 꼽았다.

미국증권위원회(SEC)는 2006년부터 상장법인 임원의 보수를 공시할 때 임원의 성과에 따른 것인지, 업황 개선에 따른 효과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같은 업종 경쟁사의 매출, 영업이익 등의 성과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개별 임원 성과 목표와 실제 달성 현황 등을 제시하지 못하면 SEC의 심사를 받게 된다. 미국 제약회사인 화이자의 임원 보수 내역 및 산정방식 설명은 40쪽 분량에 달한다. 강 연구위원은 “보수의 산정방법에 대한 공시 기준을 명확히해 성과의 기준이 되는 연도와 회사가 목표로 한 성과지표, 그리고 실제로 달성한 정도와 그에 따른 보수의 계산내역 등을 자세히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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