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절름발이..모욕" 장애인들, 국회의원 5명 상대 소송
국회의장엔 윤리특위 징계 청구도
[경향신문]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월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선천적 장애인은 장애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의지가 약하다”고 말했을 때 지체장애인 조모씨(52)의 마음에는 멍이 하나 늘었다. 장애인단체 활동가인 조씨가 201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에 참여했을 때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이 전 대표는 ‘차별 없는 세상’을 이야기했다. 조씨는 18일 기자와 통화하며 “제가 농락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가 끝나자 장애인은 필요 없어졌다. 한 번 쓰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회용 종이컵 같은 존재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장애인의날’인 20일 다른 장애인 4명과 함께 서울중앙지법에 곽상도·김은혜·허은아 등 국민의힘 의원과 이광재 민주당 의원에게 원고 1인당 위자료 100만원을 청구하는 장애차별구제 청구소송을 낸다. 박병석 국회의장에 대해서는 해당 의원들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하고,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에 장애인을 모욕하는 발언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라고 청구하는 소송을 낸다.
이들 장애인들은 소장에서 “피고 국회의원들의 장애인 모욕 발언은 헌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복지법 등에 반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하는 불법행위임이 명백하다”며 “법원은 국회의원이 장애인 비하와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할 것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고 적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는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적 행위의 중지와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장애인들의 소송 대상은 최근 1년 동안 장애인 혐오 발언을 한 현직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이다.
곽 의원은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기억연대 비리 의혹에 입장을 표명하자 페이스북에 “한쪽 눈을 감고 내 편만 챙기는 ‘외눈박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김 의원은 지난달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 배우자가 일본 도쿄 아파트를 보유한 사실을 비판하며 “(민주당은) 박 후보에게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지난 2월 국민의힘 초선의원 기자회견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에 대해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 아니라면 ‘집단적 조현병’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질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장애인 혐오 발언은 2019년 8월부터 현재까지 언론 보도로 확인된 사건만 12건이지만 국회나 여야 주요 정당의 가시적인 자정 노력은 없었다.
장애인들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장애인단체와 함께 20일 국회 앞에서 이번 소송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연다. 조씨는 “국회의원은 논란이 터질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말했다’며 사과하지만 ‘약자니까 함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을 무의식에 갖고 있으니 반복되는 것”이라며 “법원의 판결로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원이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고 고칠 수 없다”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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