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의 아포리아]선거에서 표를 얻는 법
[편집자주] 아포리아는 그리스어의 부정 접두사 아(α)와 길을 뜻하는 포리아(ποροσ)가 합쳐져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또는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존재하여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하는 용어. '김남국의 아포리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지구적 맥락과 역사적 흐름을 고려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모색한다.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상과 벌을 분명히 하는 선택을 통해 국민주권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시민 입장에서 보면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평가해 그때그때 냉정하게 선호 후보를 바꾸는 것이 선거의 존재 의의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지난 4·7 보궐선거는 선거 이후 정치권의 다급한 변화 시도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이 주권자라는 사실과 이들이 분노했다는 사실을 투표로 뚜렷이 보여주었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에서 얻은 표가 280여만표였고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후보가 얻은 표는 190여만표다. 반면 2017년 대선에서 홍준표·유승민·안철수 후보가 얻은 표가 330여만표고 이번에 오세훈 후보가 얻은 표가 280여만표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2017년보다 90여만표를 덜 얻었는데 이 가운데 일부가 선거에 참여해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2017년 민주당 지지자는 불편한 선택에 직면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투표하는 사람의 선택은 두 가지 차원에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이익의 문제고 다른 하나는 정체성의 문제다. 이익이란 어떤 정당이나 후보가 자신에게 무슨 이익을 줄 수 있는지 판단해 투표하는 것이다. 어느 정당의 정책이 나에게 손해를 끼치고 그 손실을 빠른 시일 안에 만회할 가능성이 없다고 느끼는데 그 정당이나 후보에게 투표할 사람은 없다. 그러니까 표를 얻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익을 나눠주는 것이다.
예컨대 20대가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에 관심을 쏟는다면 당연히 이 분야의 정책을 통해 이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표를 얻을 수 있다. 이념의 시대가 저문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이들을 경쟁에 쫓기는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았고 원래 네 몫이었던 것을 되찾아주겠다는 포퓰리즘이 좌표 잃은 이들의 틈새를 노린다. 그것이 포퓰리즘이 됐든 아니면 고상한 민주주의가 됐든 국민에게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면 20대뿐만 아니라 그 누구의 표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때론 당장 이익이 없더라도 투표에 참여하고 특정정당에 지지를 보낸다. 정당 일체화에 따른 정체성을 좇아 투표하는 것인데 이 경우에도 정체성에 근거한 투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즉 지난 업적을 평가하는 회고적 투표와 미래 비전을 평가하는 전망적 투표 가운데 유권자들이 현재 업적이 나쁘더라도 선거에 참여해서 전망적 투표를 하려면 특정 정당과 후보를 지지할 충분한 이유가 제시돼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집값이 오르고 세금이 올라도 여전히 특정 정당을 지지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반칙을 통해 이익을 가로채는 세력이 없고 부패집단은 예외 없이 응징하며 내가 낸 세금이 적절한 사회적 목적을 위해 의미 있게 쓰인다는 믿음과 보람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상황은 조세저항으로 나타나고 정체성을 함께해온 지지자들도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나는 아예 참여할 기회조차 없이 장외로 밀려나는 것 아닌가 하는 20대의 불안감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에게 불공정이란 결과적으로 내가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부동산 비리와 부패를 척결하는 개혁을 통해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공정은 여전히 중요하다. 민생이 곧 개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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