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지친다..발달장애인 가족에 더 가혹한 코로나19

김예나 2021. 4. 19.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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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발달장애인지원센터 보고서..보호자 70% "지난 10개월 더 힘들어"
'타해 행동' 등 도전적 행동↑..장애가족 돌봄 평일 8.87시간→13.68시간
"거리두기 등 정책, 발달장애 특성 고려 못해..돌봄부담 완화 방안 필요"
'장애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지난해 6월 1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공적 돌봄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발달장애인은 물론 이들을 돌보는 가족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19일 한국장애인개발원 산하 울산광역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발간한 '팬데믹(COVID-19) 시대 발달장애인의 생활실태와 서비스 욕구 변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돌봄 부담이 가중된 현실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보고서는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보호자 1천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발생 전후의 일상생활 변화, 사회적 관계, 취업, 복지서비스 이용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해 777명의 답변을 받았다.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는 발달장애인의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4.9%는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응답자 다수는 병원을 찾더라도 감염 위험에 대한 걱정이 크고, 마스크 착용이 어려워 병원 이용에 제한을 겪는다고 털어놨다.

심리적 어려움도 두드러졌다. 장애인 당사자에게 있어 달라진 감정 두 가지를 묻는 문항에서는 '답답함'이 36.6%로 가장 높았고 이어 '분노'(22.7%), '무기력'(14.7%), '불안'(13.1%) 등의 순이었다.

특히 부모들은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들의 부정적 행동이 늘어나는 데 우려를 표했다.

자신 또는 타인을 해치는 행동이나 물리적 환경에 손상을 입히는 행동을 포함한 '도전적 행동' 변화를 비교한 결과 타인을 해치는 '타해 행동'이 있다는 응답은 코로나19 이전 56.6%에서 이후 64.1%로 늘었다.

보고서는 "가장 많은 변화 폭을 보인 타해 행동의 증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특성상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 특히 가장 오랜 시간 밀착해서 돌보는 주 양육자를 대상으로 가장 많이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관계도 달라졌다.

코로나19 전후 낮시간 활용 비교 [한국장애인개발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낮에 주로 집에서 지내는 발달장애인은 코로나19 이전에는 22.8% 정도였지만 이후에는 53.1% 수준까지 올랐다. 반면 학교(18.4%→4.2%), 발달재활센터(17.7%→9.4%) 등에 간다는 답변은 크게 줄었다.

집에 머무르는 이유로는 '코로나19로 휴관 또는 휴업해서'(34.5%)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이어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28.6%), '갈 곳이 없어서'(11.3%)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 시기를 전후한 외출 횟수를 보면 평균 4.96회에서 2.75회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일주일간 이웃이나 친구와 교류한 횟수가 몇 번인지는 묻는 문항에서는 54.1%가 '없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지고 있다.

지난 10개월간 발달장애 가족을 돌보는 일이 '훨씬' 또는 '약간' 어려워졌다고 답한 응답자는 69.7%에 달한다.

코로나19 발생 전후를 나눠 발달장애 가족을 직접 돌보는 데 쓰인 시간을 비교해 보면 평일 돌봄 시간은 평균 8.87시간에서 13.68시간으로 늘었고, 주말 돌봄 역시 14.93시간에서 17.10시간으로 증가했다.

더욱이 보호자들이 느끼는 양육 스트레스(5점 척도)는 평균 3.08점에서 3.31점으로, 우울(4점 척도)은 평균 1.66점에서 2.13점으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수업과 서비스 제공은 국가가 제시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었음은 분명하지만,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돌봄 서비스 형태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에 대한 대책은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아직 크게 달라지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며 "돌봄 부담을 가족과 사회가 함께 분담할 수 있는 구조적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등록 현황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의 발달장애인은 24만8천400명이다.

발달장애인은 전체 등록 장애인(263만2천652명)의 9.44%를 차지하며, 해마다 그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코로나19 전후 외출 및 교류 횟수 변화 [한국장애인개발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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