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대만해협' 앞세운 美日 정상.. 中 반발, 동북아 신냉전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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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성명에 명기했다.
하지만 거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이 방일해 설득, 일본 측 요구사항을 들어주면서 대만해협 명기를 이끌어냈다.
일본 언론은 미국이 대만해협에 집착한 것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가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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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화이자 백신 1억 회분 추가 제공
후쿠시아 오염수 해양방류 언급 없어
내달 한미정상회담 앞둔 우리 정부 시험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성명에 명기했다. 미일·중일 국교 수립 이전인 1969년 이후 미일 정상이 공동문서에 대만 문제를 담기는 처음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직접 건드리며 양측이 의기투합하자 중국은 "내정간섭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동북아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도쿄올림픽 개최를 재차 지지하는 한편, 화이자 백신 1억 회분의 추가 제공을 용인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과 관련한 언급도 없었다. 미일 간 노골적인 밀착과 고강도 중국 견제로 내달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우리 정부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미일 정상이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은 ‘중국 견제’로 집약됐다. 성명은 “국제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중국의 행동에 대해 우려를 공유했다”면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고 중국에서 ‘금기’나 다름없는 대만해협을 명기했다. 홍콩과 신장 위구르 인권 상황에 대해선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경제 분야에서도 중국 화웨이 배제를 암시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17일(현지시간) 밤 내놓은 입장문에서 “중국의 내정을 도 넘게 간섭하고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통해 국가의 주권, 안전, 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무력 행사나 경제 불매운동 등 보복 행동도 안팎에서 예상된다. 일본 측은 미국과 보조를 맞추되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수위 조절에 미국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애초 스가 총리는 일본이 중국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크다는 점에서 대만 문제에 적극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거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이 방일해 설득, 일본 측 요구사항을 들어주면서 대만해협 명기를 이끌어냈다.
일본 언론은 미국이 대만해협에 집착한 것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가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미 인도태평양군의 필립 데이비슨 사령관은 중국이 6년 내 대만에 침공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이 대만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후방 지원과 이를 상정한 합동훈련은 물론이고 내심 미군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까지 바라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성명은 “미일 공동작전 계획 수립이 전제가 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장관은 공동성명이 발표된 17일(일본시간) 오후 대만에서 약 110㎞ 떨어진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지마의 자위대 부대를 시찰했다. 일본 정부는 수년 전부터 동·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해양 진출을 의식해 이곳을 비롯한 오키나와 남서부 ‘난세이(南西) 제도’ 곳곳에 자위대 기지와 미사일 부대를 설치해 왔다. 일본에선 ‘대만 유사시’ 중국의 미사일 타격 목표가 될 것으로 경계하고 있다.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는 “미국은 국방 분야에 쏟을 재정적 여유도 없고 국내 이슈도 많아 대중 강경자세를 표명하는 데 일본을 활용하는 게 가장 쉽다”며 “도쿄올림픽 지지나 센카쿠 열도에 대한 방위 등 일본의 국내용 요구를 들어주면서 대가로 많은 것을 요구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한국도 대중 전선에 동참하라는 압력을 받겠지만 정상회담이 일본보다 늦어진 만큼 일본에 대한 중국의 대응 수위를 보면서 전략을 재점검할 시간을 번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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