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찢긴 쓰레기봉투를 외면하듯..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10년 4월 19일 일요일 새벽 5시 30분, 뉴욕 퀸스 거리를 걷던 한 여성에게 괴한이 달려들었다.
그 장면을 본 31세 노숙자 휴고 알프레도 텔러약스(Hugo Alfredo Tale-Yax)가 '사태'에 개입했다.
그 덕에 여성은 피신했지만, 노숙자는 괴한의 칼에 찔려 쓰러졌다.
텔러약스 곁에서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 든 한 남성은 911 신고를 한 게 아니라 스냅 사진을 찍었고, 또 한 남성은 그의 몸을 다리로 건드려보기도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0년 4월 19일 일요일 새벽 5시 30분, 뉴욕 퀸스 거리를 걷던 한 여성에게 괴한이 달려들었다. 그 장면을 본 31세 노숙자 휴고 알프레도 텔러약스(Hugo Alfredo Tale-Yax)가 '사태'에 개입했다. 그 덕에 여성은 피신했지만, 노숙자는 괴한의 칼에 찔려 쓰러졌다. 괴한 역시 도주했다. 그 장면이 인근 CCTV에 찍혔다.
CCTV 영상은 그 뒤로도 이어졌다. 한 명, 한 명, 약 20명의 시민이 쓰러진 노숙자를 무심히 지나쳤다. 텔러약스 곁에서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 든 한 남성은 911 신고를 한 게 아니라 스냅 사진을 찍었고, 또 한 남성은 그의 몸을 다리로 건드려보기도 했다. 흥건한 피를 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역시 가던 길을 갔다. 그렇게 약 한 시간 반이 흐른 뒤인 오전 7시 23분에야 누군가의 신고를 받은 소방구조대원들이 도착했다. 텔러약스는 과다출혈로 숨진 뒤였다.
1964년 뉴욕 퀸스에서 일어난 '키티 제노비스 사건'과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 즉 누가 쓰러져 있든 내 알 바 아니라는 공감 결여의 도시문화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또 한 차례 언론을 달궜다.
어떤 전문가는 영화 게임 노래 등에 만연한 폭력으로 둔감해진 시민들이 게임의 한 장면을 보듯 지나쳤을 것이라며 문화 전반의 자정을 촉구했고, 어떤 이는 행인이 다수여서 책임의식을 못(덜) 느꼈을 것이라고, 만일 혼자서 그 장면을 보았다면 대응도 달랐을 것이라고 비교적 온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가장 설득력 있는 건 그가 노숙자였기 때문이었다는 해석이었다. 노숙자여서 시선에서 배제되고, 노숙자여서 피를 흘려도 개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리라는 것. 거리의 '찢긴 쓰레기봉투'를 대하듯, 노숙자라면 서둘러 외면하는 데 익숙해진 탓이라는 해석. 그가 버젓한 정장이나 깨끗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면 목숨을 잃지 않았으리라는 거였다.
우리가 지금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하늘, 故 이현배 추모한 김창열에 "X새끼야"...대체 왜?
- 배낭족에 친절했던 남자… 알고 보니 연쇄살인마였다
- 수백 미터 줄 서다 "비행기 놓쳤다" 울상… 김포공항에선 무슨 일이?
-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쏠린 시선...어떻게 80억까지 올랐나
- '가스라이팅→학력 논란' 서예지, 예상 처벌·위약금 규모는? [종합]
- 일본, 전 국민 접종 가능한 화이자 코로나 백신 확보한 듯
- 4차례 거부 끝에 검찰 조사 이성윤...기소될까
- 박용진 "남녀 모두 최대 100일 군사훈련 받자"... 왜?
- 블랙핑크 제니, '5인 이상 집합금지' 해명에도 논란 이어지는 이유
- "호루라기 대신 전기 충격기, 도망 잘 가려고 운동화 출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