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당내 말문 막으니 20·30대가 등 돌리는 게 아닌가"
①당내 민주주의 활성화 ②유능한 개혁 강조
"공정한 대선 경선 관리 위해 나부터 공정할 것"
쇄신과 안정. 일견 상반돼 보이는 두 가지는 차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다. 4·7 재·보궐선거 참패를 경험한 당의 체질을 과감하게 바꾸는 동시에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당 분위기를 차분하게 다잡아야 한다.
다음 달 2일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송영길(5선·인천 계양을) 의원의 견해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18일 여의도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와 유능한 개혁을 차기 당 대표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재보선 참패 원인을 둘러싸고 민심과 괴리된 당내 반응에 대해선 "이렇게 심판을 당하고도 민심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이견 표출을 막으면 당이 경직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해 검찰개혁 과정에서 불거진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예로 들면서 '실속 있는 개혁'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주당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무엇부터 바꿀 생각인가.
“먼저 당내 민주주의를 활성화하겠다. 당내에서 다른 의견을 꺼내지 못하도록 말문을 막으니 당장 20·30대부터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것이다. 쓴소리도 들어야 한다. 왜 선거에서 졌는지, 민주당에 비판적인 (보수) 논객들을 초청해 들어봐야 한다. 야당도 (선거 패배 후) 우리 쪽(진보) 논객을 불러 듣지 않았나. 그래야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좁힐 수 있고 대선에서도 이길 수 있다."
-친문재인계 강성 지지층이 이견 제시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열성 지지자들의 의견을 개혁 에너지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다만 그들이 집단 린치하듯 몰려들어 문자폭탄을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능한 개혁’이란 무엇인가.
"사자가 먹이를 잡을 때 꽹과리 치고 다니면 어떻게 되겠나. 사슴 한 마리도 못 잡는다. 조용히 살금살금 다가가서 성과를 내는 실속 있는 개혁을 해야 한다. 지난해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보라. 요란했지만 어떤 성과를 냈나."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90%까지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추가 부동산 규제 완화 계획이 있나.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문제 등 여러 쟁점이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당 대표가 되면 정부와 긴밀히 조율해야 한다. 실수요자가 집을 가질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집값이 너무 오르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집값이 오를까 봐 실수요자에게 집을 갖지 말라는 것은 본말 전도다. 금융규제 완화 없이 주택 공급만 늘리면 현금 부자만 ‘줍줍’(부동산 매물을 줍고 또 줍는다는 뜻)하지 않겠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조속한 확보도 약속했는데.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을 지내며 쌓은 미국 측 네트워크를 활용해 화이자 백신의 조속한 확보를 뒷받침할 것이다. 모더나의 추가 판로도 알아보고 있다. 또 아직 임상 정보는 부족하지만 러시아 백신도 '플랜B'로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주한 러시아 대사와 접촉 중이다. (송 의원은 문재인 정부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을 역임한 '러시아통'이다)”
-대선 후보 경선은 어떻게 관리할 건가.
"문재인 대통령이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고 했다. 지금까지 민주당의 공천이나 주요 의사 결정, 내각 인사 추천 등에서 이러한 기준에 부합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공정한 대선 후보 경선 관리를 위해 나부터 공정하도록 '내로남불'을 피할 것이다."
-비문재인계 대선 후보가 나오면 친문계와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있지 않나.
"투명하고 공정한 룰을 가지고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규칙을 인위적으로 바꾸지 않을 것이다. 모든 후보의 공감대를 얻어 경선을 진행한다는 원칙을 적용할 것이다."
-대선 180일 전, 당의 대선후보를 확정하도록 한 현행 당헌·당규가 민주당에 불리하다는 견해가 있다. 후보 확정 시기를 늦출 생각이 있나.
"예민한 문제다. 모든 대선 후보들의 공감대가 있지 않는 한 미루기 어렵다."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당 대표 선거에서도 주류인 친문계 후보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많다.
"그 반대로 예상한다. 한쪽으로 쏠리는 것보다 여러 색깔이 조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검찰·언론개혁 완수'를 강조했는데, 공감하나.
“그렇다. 다만 이 역시 유능한 개혁이 돼야 한다. 조용하게, 실속 있게 추진하겠다.”
-친문계 원내대표 당선으로 당내 쇄신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당의 안정은 윤호중 원내대표가, 당의 쇄신에는 송영길이 각각 책임지면 되지 않겠나."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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