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소개팅도 속도전.. 15분에 한 명씩 '비대면팅' 성황

이정원 2021. 4. 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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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대면 소개팅-데이팅 앱 절충한 방식"
단체모임 주선 파티업체들도 온라인 전환 추진
지난달 11일 영화 기반 모임 스타트업 '넷플연가'가 주최한 비대면 소개팅에서 참가자들이 마지막 4번째 상대와의 만남 전 대기 시간을 갖고 있다. 화상 프로그램 캡처
15분 화상 소개팅 중
"온라인이라 어색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단 안 그렇죠?"

"네, 이런 소개팅은 처음인데 금방 적응하고 있습니다. 저는 28살..."

"방금 목소리가 좀 끊긴 것 같아요!"

"온라인이니 감안하죠 뭐. 하하. 그런데 오늘 주제로 나온 영화는 언제 보셨어요?"

"아마 재작년이요. 근데 벌써 2분이 지나갔네요. 급해서 말실수 하면 큰일인데."

"괜찮습니다. 앞에 있던 방에선 무슨 얘기 하셨나요?"

노트북 화면을 통해 개발업계에서 일한다는 A씨와 마주 앉았다. 직접 만났다면 서너 시간쯤 걸렸을 대화를 15분으로 압축했다는 점만 빼고는 엄연한 소개팅이었다. 통성명에 5분, 성격과 취향 공유에 5분, 마지막 2~3분은 "잘 부탁드린다"고 읍소하는 데에 썼다. 그렇게 15분이 지나자 다음 상대가 있는 방으로 옮겨졌다. 한 시간 동안 4명을 만난 후엔 '개인적으로 더 연락해보고 싶은 상대' 순위를 사회자에게 적어 보내야 했다. 만남부터 커플 매칭까지 단 2시간. '드라이브 스루'를 방불케 하는 속도로 비대면 소개팅 체험은 끝이 났다.

‘줌팅’ ‘비대면팅’으로 불리는 초고속 화상 소개팅 프로그램이 2030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만남이 부담스러워진 상황에 젊은층 특유의 효율 우선주의가 더해진 결과다. 온라인상 짧은 만남이 의미가 있을까 의심하는 이들도 많지만, 주최 측 관계자는 “실제 연인으로 발전한 경우가 꽤 있다”고 귀띔하며 효과를 자신했다.


“대면 소개팅에 드는 시간·비용 절약”

넷플연가의 비대면 소개팅 이벤트 안내 화면과 매칭 결과 안내 화면. 넷플연가 홈페이지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스타트업 '넷플연가'는 지금껏 60회 넘는 비대면 소개팅 행사를 주최했다. 넷플연가는 전문 중매업체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넷플릭스와 공식 제휴를 맺은 회사도 아니다. 회원들이 지정된 영화를 각자 보고 만나 영화와 관련된 토론, 글쓰기, 요리 등을 함께 하도록 이끄는 동호회 플랫폼이 본래 주력 사업이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으로 대면 모임이 어려워지자 이벤트 차원에서 기획한 비대면 소개팅 행사가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면서, 회사는 얼떨결에 이름난 '주선 플랫폼'이 됐다. 회사 관계자는 "영화라는 공통 주제를 주고 그에 맞는 분위기를 조성하다 보니, 짧은 시간에도 성의 있는 대화들이 오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이제 사업 독립을 염두에 둘 만큼 커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만 원이라는 참가비에도 소개팅 신청자는 행사 진행에 필요한 최소 인원인 8명을 매번 넘긴다. 회사 관계자는 "신청자가 30명 이상 몰릴 경우, 사전 성향 테스트를 진행해 나와 가장 잘 맞는 4명을 차례로 만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고속 비대면팅' 참가자들은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과 대면 소개팅의 단점을 모두 보완한 방식"이라고 평가한다. 지난 3일 일본 인기 드라마 '심야식당'을 주제로 화상 소개팅에 참여했던 직장인 황모(24)씨는 "대면 소개팅은 코로나 걱정은 물론이고 한 명에게 반나절을 걸어야 한다는 위험이 있고, 데이팅 앱의 경우 연락 가능한 사람은 수백 명이지만 사진만 보고 상대를 결정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황씨에게 한 번에 여러 명과 짧은 대화를 나눠볼 수 있는 '일 대 다' 방식의 비대면팅은 깊이와 간편함 모두를 충족시키는 선택지인 셈이다.


파티업체들도 온라인 전환 검토

화상 소개팅의 흥행에는 '정해진 시간에 더 많은 상대를 알아보고 싶다'는 2030 세대의 실용주의 문화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단체 만남을 통해 인연을 찾게끔 하는 파티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젊은층의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 업체인 '모드파티'는 2012년 평범한 친목모임 주선업체로 시작했다가 2018년쯤부터 '검증된 2030들의 만남'을 모토로 내걸고 단체 만남을 주선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위험 부담이 덜하다는 측면에서 일 대 일 중매업체보다 파티를 선호하는 회원들이 늘어난 것이 벌써 3~4년 전의 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5인 이상 대면 만남이 중단되면서 파티업체들도 온라인 서비스 전환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모드파티 관계자는 "한 번에 여러 명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을 비대면에서도 구현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며 "몇 차례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한 모임을 시도했고 계속 보완책을 찾아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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