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20대가 586 권력을 몰아낸다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역사학 2021. 4. 19.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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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한국서 태어난 건 행운 中·北은 문화혁명·김일성 노예
1987년 이후 지적 성장 멈추고 음모 정치, 내로남불로
특권·특혜 누리는 586 권력에 젊은 세대가 분노하고 규탄

헤밍웨이의 처녀작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성경의 전도서 1장에서 그 제목을 따왔다.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해는 떴다 지며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지는 해처럼 한국의 586 세대가 기울고 있다. 586 운동권 정치 집단의 몰락이다.

80년대 대학가 집회모습./조선일보db

한국의 586은 운이 좋았다. 세상에 나올 때 그들은 전쟁의 참화와 보릿고개를 슬쩍 비켜갔다. 또 중국을 피해 한반도에 태어났고, 북한이 아니라 남한에서 귀가 빠졌다. 그들이 한국서 자랄 때, 중국에선 인류사 최악의 대기근이 발생했다. 문화혁명 ’10년의 대동란'이 뒤따랐다. 북한의 인민은 인간의 기본권을 잃고 전체주의 정권의 노예로 전락했다. 홍위병 세대와 김일성 키즈에 비해 한국의 586 세대는 행운아들이었다. 586의 부모 세대는 빈곤의 늪을 헤치고 나와 독일의 광산과 요양병원에서, 아라비아 열사와 인도차이나의 밀림에서 목숨 걸고 외화를 벌어 고향에 송금했다. 고난에 굴하지 않는 그 시대의 정신을 미당(未堂)이 노래했다. “청산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물론 586도 역사의 짐을 졌다. 1980년대 그 세대는 군부 독재에 맞서 “가열 차게” 싸웠다. 급기야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직선제 개헌을 이끌고 민주화의 활로를 열었다. 거기까지가 그들의 시대적 소명이었다. 이후 586 운동권의 일탈이 시작됐다. 대학가엔 마르크스, 레닌, 마오쩌둥, 김일성 관련 서적들이 넘쳐났다. 톈안먼 대학살이 일어나고 구소련의 붕괴가 임박했지만, 그들은 눈뜬 청맹과니였다. 김일성을 숭배하던 주사(NL)파는 당시 대한민국이 ‘식민지 반(半)봉건사회’라 우겨댔다. 레닌을 흠모하는 민중민주(PD)파는 한국이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라 외쳐댔다. 자주파가 “반전반핵 양키 고 홈!”을 외치면, 민중파는 “통일 논의 환상 속에 우리 민중 죽어간다!”며 부딪쳤다. 전 세계 공산정권이 줄도산을 할 때도 그들은 민족해방과 민중혁명을 부르짖고 있었다.

586 운동권의 자유분방한 이념적 일탈은 그 당시 취업률로 쉽게 설명된다. 외국어 실력이 부족해도, 성적표에 쌍권총이 달려 있어도 졸업 후 그들에겐 일자리가 넘쳐났다. 30년간 지속됐던 한국 경제의 고성장 덕택이었다. 그들은 어렵잖게 좋은 직장을 잡았고, 몇 년 아래 후배들과 달리 1997년 경제 위기도 피해가는 행운까지 누렸다.

2000년대 초반 정치판의 586은 불과 30대에 정권을 창출하는 로또를 맞았다. 이후 그들은 80년대 투쟁 전술로 한국의 정치판을 쥐락펴락했다. 2008년 “미국 소=미친 소” 광우병 선동으로 큰 정치적 재미를 본 후, 그들은 더 노골적으로 정치 공작에 몰두했다. 정책 계발의 고뇌도, 중장기 국가 발전의 계획도 없이 이벤트성 정치 쇼와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현재 586 권력 집단은 1987년 이래 성장을 멈춘 듯하다. 자폐적 고립주의, 반인류적 종족주의, 비실용적 독자노선, 감상적 평등주의가 그들의 정신을 지배한다. 닫힌 태도, 뒤떨어진 국제 감각, 운동권의 특권의식이 그들의 트레이드마크다. 음모 정치, 선전 선동, ‘내로 남불’의 이중 잣대가 그들의 생존 방식이다.

지난 4월 7일 선거를 통해 20대가 큰 정치적 변수로 등장했다. 긴박한 권력 이동의 조짐이다. 지금껏 586 권력 집단은 낡은 사고방식, 진부한 역사관, 구태의연한 정치 공작으로 젊은 세대를 지배하려 했다. 이제 유능하고 영리한 20대가 무능하고 부패한 586 권력 집단을 비판하고 규탄한다. 586이 누려온 시대적 행운과 세대적 특혜와 집단적 특권을 젊은 세대는 꿰뚫어본다. 특히 미래 세대의 곳간을 제멋대로 퍼다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삼는 권력 집단의 사리사욕에 20대는 분노하고 있다.

놀란 586 권력 집단이 짐짓 근엄하게 젊은 세대를 꾸짖지만, 종이호랑이의 포효일 뿐이다. 20대의 정치 세력화는 시대의 요청이다. 오늘의 정치적 결정이 그들의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30년 전부터 586은 기성세대를 공격해서 정치권력을 확장해왔다. 이제 그들이 비판의 부메랑을 맞을 차례다. 성경 구절대로 “해는 떴다 지며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시대에 역행하는 낡은 세대는 권력의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586 권력집단에 저항하는 미래 세대가 새롭게 떠오르는 새벽의 태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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