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질 주사기' 한달 가까이 숨긴 식약처
방역 당국이 K방역의 쾌거라 자랑하던 ‘최소 잔여형(LDS)’ 주사기에서 섬유질 이물질이 나와 현장 조사를 벌여놓고도 20일 만에야 사용 중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용 중지 조치 후에도 한 달 가까이 사실상 이를 숨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2월 27일 불량 주사기를 공급한 두원메디텍사(社) 제조 공장을 찾아 현장 조사를 벌였다. 이후 시설 및 작업 환경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판단, 지난달 2일엔 시정·예방 조치만 내렸다가 지난달 18일에야 아직 사용하지 않은 주사기 70만개에 대한 사용 중지 조치를 하고, 회수 조치에 들어갔다. 이물질 신고가 계속해서 늘자 주사기 사용 중지와 회수에 나서는 등 모든 조치가 늦었던 셈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LDS 주사기의 이물질 신고는 지금껏 총 21건 들어왔다. 이 가운데 19건은 이번에 사용 중지 조치가 내려진 두원메디텍 제품이고 신아양행과 풍림파마텍 제품이 각각 1건이다. 식약처는 “신아양행 제품은 (백신 용액이 담기지 않는) 피스톤 뒷부분에서 섬유질이 나온 정도였고, 풍림파마텍 제품은 신고 후 조사했지만 이물질이 발견되지 않아 사용 중지나 제품 회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식약처는 지난 17일 본지 보도 등으로 불량 LDS 주사기의 회수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이와 관련한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이물질 주사기 제조사) 업체가 주사기 자진 교환 등의 조치를 취해 행정 처분 및 공표의 대상이 아니었다”면서 “의료기기법에 따라 이물질 혼입 원인 조사와 시정 및 예방 조치 명령을 했지만 이는 행정 처분 및 공표 대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는 문제를 늑장 처리하고 뒤늦게 알린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교수는 “섬유질 이물은 사람 몸에 독성을 일으키거나 항체 형성에 문제가 되는 물질은 아닐 것으로 본다”면서도 “온 국민의 관심이 되는 특수 주사기의 품질 관리 문제나, 이를 한 달 동안 숨긴 행정·관리 체계의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났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18일 “앞으로 주사기 품질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고, 법령상 공개 대상 여부를 떠나 백신 접종과 관련된 사항은 적극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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