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조종하는 '몸통'은 못잡고.. 불법 알바만 검거

이영관 기자 2021. 4. 1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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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점조직으로 운영

경찰 안팎에선 해외에서 보이스피싱·마약 조직을 총괄하는 ‘몸통’은 잡지 못하고, ‘불법 알바’에 동원되는 ‘꼬리’들의 검거만 잇따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들이 검거돼도 해외의 몸통은 근거지를 옮겨가며 계속 새로운 ‘알바’를 모집하기 때문에, 코로나 벼랑 끝에서 이들의 꾐에 속아 범죄자로 전락하는 이들만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보이스피싱과 마약범죄 조직은 통상 점조직으로 운영된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경우, 해외의 총책과 중간 관리자들이 현지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한국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게 해 보이스피싱 사기를 저지른다. 이후 한국 거주자들에게 범죄 피해액 인출과 중국 송금을 맡긴다. 마약 범죄 역시 해외의 마약 제조, 밀반입, 판매 총책 등이 조직을 움직인다. 불법 알바에 동원되는 이들은 조직에서 ‘꼬리’ 격으로 마약을 구매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1만2209명 중 마약 판매를 지시하는 총책은 519명에 불과하다. 전체의 4.2%다. 마약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 간부는 “붙잡힌 판매 총책은 그나마 국내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마약 제조·밀반입 총책은 중국, 필리핀 등 해외에 있어서 검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총책은 신분을 특정하고, 해외 수사기관과 협조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불법 알바에 가담한 이들이, 범행 의도 없이 ‘채권 추심’이나 ‘단순 심부름’이라는 범죄 조직의 거짓말에 넘어 갔다고 해도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개개인의 억울한 사정이 있어도 보이스피싱, 마약 범죄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대부분 실형이 선고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직의 우두머리로서 범죄를 기획하는 총책을 없애지 않는다면 불법 알바에 가담해 범죄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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