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기소 위기 몰리자 뒤늦게 수원지검 출석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과 관련해 수사 중단 외압을 가한 혐의를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7일 수원지검에 자진 출석해 조사받은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는 17일 피의자 신분인 이 지검장을 오전 11시쯤부터 9시간가량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최대 검찰청을 이끄는 현직 중앙지검장이 후배 검사들에게 소환돼 조사받은 것은 처음이다. 앞서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에서 4차례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응하지 않았다.
이 지검장의 뒤늦은 자진 출석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대검과 수원지검이 자신을 불구속 기소키로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등 궁지에 몰리자 기소 시점을 늦추려고 출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지검장 변호인은 18일 입장문을 내고 혐의 일체를 부인했으며 “이번 의혹 전체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하고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원지검은 “수사 대상자의 일방적 주장이므로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학의 불법 출금’과 관련해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를 수사하려 하자 압력을 가해 중단시킨 혐의(직권남용) 등을 받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 지검장이 4차례 소환에 불응하자 대면 조사가 어렵다고 판단해 기소 방침을 대검에 보고했으며, 대검도 이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지난 15일 그 같은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오자 당일 저녁 수원지검에 출석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이 지검장 자진 출석 배경으로 ‘후임 총장 인선’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친정부 성향의 이 지검장은 유력한 총장 후보로 꼽혔지만 ‘김학의 사건 관련 기소’는 그를 총장 경쟁 구도에서 탈락시킬 만한 사안이었다. 검찰 안팎에선 조만간 있을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3~4명으로 총장 후보군을 압축하면서 이 지검장을 배제할 것이란 말이 무성하다.
이런 가운데 이 지검장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A4 용지 6장 분량의 입장문을 내고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김학의) 출금 당시 개입한 사실이 없고 안양지청에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하지도 않았다”며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았던 이유는 해당 사건의 수사 권한에 대해 검찰과 공수처 간 의견 조율을 기다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 공익신고인 측은 “당시 이 지검장 등이 안양지청장과 차장에게 전화해 이 검사의 범죄 사실을 수원고검에 통보하지 못하도록 압력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수원지검은 이미 이 지검장을 기소할 만큼 충분한 수사가 이뤄졌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지검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가 개최된 직후에 이 지검장을 기소할 방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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