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신당 만들어 국민의힘과 경쟁, 윤석열·김종인 등 모일 수 있을 것”
“낡은 정치 교체할 신당 만들겠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18일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서울 한남동 사무실엔 책들이 빼곡했다. ‘가인(街人) 김병로’란 책이 눈에 띄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할아버지이자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 선생에 대해 한인섭 서울대 교수가 쓴 평전이다. 김 전 위원장은 “할아버지 심부름하면서 정치를 배웠다”고 했었다. 금 전 의원은 인터뷰 이틀 전(16일) 김 전 위원장과 만났다. 금 전 의원이 추진 중인 신당 얘기가 오갔을 거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그와 만난 후 “제3지대는 없다”고 했다. 두 사람 의견이 좀 다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금 전 의원이 책을 꺼내서 보여줬다. 새것처럼 깨끗했다. 그는 “죄송하지만 아직 제대로 못 읽었다”고 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책을 읽지는 못하더라도, 책이 없는 사람보다는 있는 사람이 낫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과 경쟁할 플랫폼 만들 것
김종인 전 위원장과 무슨 얘길 나눴나.
“김 전 위원장은 평소 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아신다. 이번에 특별히 무슨 구상을 새로 말씀드리는 자리는 아니었다. 공식적인 자리도 아닌데 제가 어른 말씀을 옮기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김 전 위원장이 제3지대는 없다고 했다.
“저도 그 말씀에 동의한다. 보수와 진보의 중간 지대에서 세력을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 낡은 정치 세력과 시스템을 교체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다음 대선의 키워드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위기가 지나면 정치·사회·경제에 모두 변화가 있어야 한다. 특히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부딪힐 여러 복잡한 문제 해결이 어렵다.”
기존 정당이 건재하다. 새 플랫폼이란 게 결국 제3 신당 아닌가?
“유권자들 사이에 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 민주당 싫고 국민의힘 못 찍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막상 지지 정당으로 내세울 당은 없다. 지금 국민의힘은 안철수·윤석열·금태섭 등 한꺼번에 모아 놓고 하자 이런 건데, 변화는 하지 않고 단순히 모아 놓는 것만으론 성공할 수 없다. 새로운 세력을 만든다고 하면 보수냐 진보냐 중도냐 이런 걸 물어보는데, 청년·기후변화 이런 식으로 의제를 중심으로 말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 닥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수냐 진보냐는 상관없다.”
기존 정당에 들어가 그런 의제를 논의해도 되지 않나.
“누구나 미래의 약속으로 평가를 받고 싶어하지만, 결국 과거에 한 일로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은 4년간 한 게 없다. 야당도 청년 일자리나 기후변화 같은 중요한 문제에 주목하지 않았다.”
말 나온 김에 선거 전후 야당을 평가한다면.
“민주당을 비판했지만 그동안 야당도 변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 대표로 나온 오세훈, 박형준 모두 10년 전 활약한 인물이다. 국민이 야당 후보를 찍어준 것은 야당이 변했다, 신뢰한다가 아니라 정권 심판이었다.”
야권에선 신당이 분열을 야기하고 정권 교체에 훼방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지 않다. 우선 선거 전략 면에서 대선은 이번 선거와 다르다. 서울·부산 1년 임기 시장은 정권 심판만을 위해 표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5년간 내 삶의 방향을 바꿀 중요한 문제다. 어느 쪽이 싫다고 그 반대 쪽에 표를 주기는 어렵다. 심판론만으로 대선 승리를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가 변화를 얘기하는 것이다. 신당은 기존 두 당 중간에 하나가 더 생기는 게 아니라 기존 틀을 깨고 교체할 수 있는 당이 되어야 한다. 난 야당의 액세서리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다.”
창당엔 돈과 조직이 필요하다.
“과거 안철수 대표와 당을 만들어봐서 안다. 반대 논리가 ‘돈이 없다, 조직이 없다, 시간이 부족하다’인데, 지금 유권자의 열망과 갈증이 크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 된다고 본다. 돕겠다는 분들이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많다. 여야 정치인 중에도 이대론 안 된다는 사람이 있다. 이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틀을 만들면 기존 정당을 교체할 수 있고 대선에서도 필승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대선이 1년도 안 남았다. 신당은 언제 볼 수 있나.
“시기나 같이할 사람은 차근차근 말하겠다. 계속 두드리다 보면 어느 날 담벼락 무너지듯이 올 수 있다. 한번 물꼬가 터지면 확 바뀔 것이다.”
윤석열·김종인 같이 모일 수도
-국민의힘이 많이 변하면 같이 갈 수도 있나?
“상대가 변하면 나도 같이할 수 있다? 이게 안철수 대표가 많이 하던 얘기다. ‘민주당이 변하면 단일화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변화를 못 이뤄냈다. 저는 국민의힘과 ‘변화의 경쟁’을 하겠다. 저도 열심히 하고 국민의힘도 변화하면 결국 유권자들에게 좋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거치고 잘 변화해서 ‘금태섭 저 혼자 뭐하든 우린 갈 길 간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고 본다. 이(신당)쪽에 찬스가 있을 수 있고, 새로운 틀에 윤석열이 됐건 김종인이 됐건 모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이 잘하면 신당이 변수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민주당과 같이할 일은 없나?
“민주당은 아주 퇴행적인 길을 걷고 있다. 변하지 않을 것이다. 거취 문제는 분명해야 한다. 내가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
-대선 임박해도 신당이 뜨지 않으면 어쩔 건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지지율이 가장 높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기존 정당에 속해 있지 않다. 여야 모두 격론을 벌이고 변화가 생길 것이다.”
-윤 전 총장과의 관계는 어떤가.
“의원 끝나고 한 번도 못 봤다. 검찰 근무 때도 개인적으로 가깝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윤 전 총장도 나름 계획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대도 많다. 얼마 전 정승국(중앙승가대) 교수와 노동시장 구조에 대해 얘기하신 걸 봤는데 좋은 모습이라 생각한다.” 윤 전 총장은 정 교수와 만난 후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이 국가의 최우선 과제”라고 했었다.
-안철수 대표는 어떤가?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 합당하기로 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새로운 플랫폼에 오는 건…. 안 대표는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많은 기회를 가졌던 분이다. 그런데 기회를 한 번도 못 살리고 자신을 따르던 여러 사람의 기회도 날렸다. 2012년 대선 때 안 대표가 끝까지 갔더라면 지금 문제가 되는 ’86세대'의 퇴진이 앞당겨졌을 것이다. 안 대표는 기회를 많이 만나시는 분이니 앞으로도 잘하시기를 바란다.”
-소위 ‘조국 흑서파’도 신당 세력으로 거론된다.
“직업 윤리가 중요하다고 본다. 김경율 회계사는 시민 단체 하고 있고 진중권 전 교수는 평론을 한다. 그분들에게 직접 물어봐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금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혹시 다른 사람이 없으면 본인이 신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나?
“내년은 개인적으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생각이 없다. ‘아직 없다’가 아니라 그냥 ‘없다’다.”
-청년 정책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금 전 의원은 ‘금수저’ 아닌가?
“왜 그런 이미지가… 정치권이 할 일은 청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영국의 존 메이저 전 총리나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은 20대 때부터 정당 활동을 하면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연습을 했다. 그런 틀을 만들어 주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양념질’ 사과해야
-이번 개각은 어떻게 보나?
“민주당이나 청와대의 메시지를 보면 제대로 반성하거나 변화하려는 모습이 전혀 안 보인다. 반성한다면서도 ‘내가 뭘 잘못했다’는 말이 전혀 없다. 문재인 정부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이 편 가르기인데, 대통령이 선거 후 사과하고 강성 지지층에게 메시지를 냈어야 한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는 존경하는 분이지만 과연 강성 지지층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변해야 총리가 변하는데 선거 후 대통령을 보면 그럴 것 같지가 않다.”
이른바 ‘문빠’로 불리는 문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은 최근 팔순을 맞은 금 전 의원의 어머니를 향해 온라인상에서 욕설에 가까운 발언을 했고, 금 전 의원은 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금 전 의원은 “2017년 대선 때 민주당 전략위원장을 했다. 당시 문재인 캠프에 ‘앞으로 대통령이 될 텐데 강성 지지층 때문에 국정이 발목 잡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안희정 캠프 의원들이 많이 당했다. 그런데 문 후보는 의총에서 ‘제가 알았든 몰랐든, 제가 책임이 있든 없든, 상처받은 의원에게 유감을 표하고 위로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건 ‘양념’을 계속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문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위해 자제를 당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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