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신당 만들어 국민의힘과 경쟁, 윤석열·김종인 등 모일 수 있을 것”

황대진 정치부 차장 2021. 4. 1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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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진이 만난 사람]
“낡은 정치 교체할 신당 만들겠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사무실에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18일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서울 한남동 사무실엔 책들이 빼곡했다. ‘가인(街人) 김병로’란 책이 눈에 띄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할아버지이자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 선생에 대해 한인섭 서울대 교수가 쓴 평전이다. 김 전 위원장은 “할아버지 심부름하면서 정치를 배웠다”고 했었다. 금 전 의원은 인터뷰 이틀 전(16일) 김 전 위원장과 만났다. 금 전 의원이 추진 중인 신당 얘기가 오갔을 거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그와 만난 후 “제3지대는 없다”고 했다. 두 사람 의견이 좀 다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금 전 의원이 책을 꺼내서 보여줬다. 새것처럼 깨끗했다. 그는 “죄송하지만 아직 제대로 못 읽었다”고 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책을 읽지는 못하더라도, 책이 없는 사람보다는 있는 사람이 낫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과 경쟁할 플랫폼 만들 것

김종인 전 위원장과 무슨 얘길 나눴나.

“김 전 위원장은 평소 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아신다. 이번에 특별히 무슨 구상을 새로 말씀드리는 자리는 아니었다. 공식적인 자리도 아닌데 제가 어른 말씀을 옮기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김 전 위원장이 제3지대는 없다고 했다.

“저도 그 말씀에 동의한다. 보수와 진보의 중간 지대에서 세력을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 낡은 정치 세력과 시스템을 교체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다음 대선의 키워드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위기가 지나면 정치·사회·경제에 모두 변화가 있어야 한다. 특히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부딪힐 여러 복잡한 문제 해결이 어렵다.”

사진 /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4.18. / 고운호 기자

기존 정당이 건재하다. 새 플랫폼이란 게 결국 제3 신당 아닌가?

“유권자들 사이에 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 민주당 싫고 국민의힘 못 찍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막상 지지 정당으로 내세울 당은 없다. 지금 국민의힘은 안철수·윤석열·금태섭 등 한꺼번에 모아 놓고 하자 이런 건데, 변화는 하지 않고 단순히 모아 놓는 것만으론 성공할 수 없다. 새로운 세력을 만든다고 하면 보수냐 진보냐 중도냐 이런 걸 물어보는데, 청년·기후변화 이런 식으로 의제를 중심으로 말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 닥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수냐 진보냐는 상관없다.”

기존 정당에 들어가 그런 의제를 논의해도 되지 않나.

“누구나 미래의 약속으로 평가를 받고 싶어하지만, 결국 과거에 한 일로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은 4년간 한 게 없다. 야당도 청년 일자리나 기후변화 같은 중요한 문제에 주목하지 않았다.”

말 나온 김에 선거 전후 야당을 평가한다면.

“민주당을 비판했지만 그동안 야당도 변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 대표로 나온 오세훈, 박형준 모두 10년 전 활약한 인물이다. 국민이 야당 후보를 찍어준 것은 야당이 변했다, 신뢰한다가 아니라 정권 심판이었다.”

야권에선 신당이 분열을 야기하고 정권 교체에 훼방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지 않다. 우선 선거 전략 면에서 대선은 이번 선거와 다르다. 서울·부산 1년 임기 시장은 정권 심판만을 위해 표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5년간 내 삶의 방향을 바꿀 중요한 문제다. 어느 쪽이 싫다고 그 반대 쪽에 표를 주기는 어렵다. 심판론만으로 대선 승리를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가 변화를 얘기하는 것이다. 신당은 기존 두 당 중간에 하나가 더 생기는 게 아니라 기존 틀을 깨고 교체할 수 있는 당이 되어야 한다. 난 야당의 액세서리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다.”

사진 /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4.18. / 고운호 기자

창당엔 돈과 조직이 필요하다.

“과거 안철수 대표와 당을 만들어봐서 안다. 반대 논리가 ‘돈이 없다, 조직이 없다, 시간이 부족하다’인데, 지금 유권자의 열망과 갈증이 크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 된다고 본다. 돕겠다는 분들이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많다. 여야 정치인 중에도 이대론 안 된다는 사람이 있다. 이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틀을 만들면 기존 정당을 교체할 수 있고 대선에서도 필승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대선이 1년도 안 남았다. 신당은 언제 볼 수 있나.

“시기나 같이할 사람은 차근차근 말하겠다. 계속 두드리다 보면 어느 날 담벼락 무너지듯이 올 수 있다. 한번 물꼬가 터지면 확 바뀔 것이다.”

윤석열·김종인 같이 모일 수도

-국민의힘이 많이 변하면 같이 갈 수도 있나?

“상대가 변하면 나도 같이할 수 있다? 이게 안철수 대표가 많이 하던 얘기다. ‘민주당이 변하면 단일화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변화를 못 이뤄냈다. 저는 국민의힘과 ‘변화의 경쟁’을 하겠다. 저도 열심히 하고 국민의힘도 변화하면 결국 유권자들에게 좋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거치고 잘 변화해서 ‘금태섭 저 혼자 뭐하든 우린 갈 길 간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고 본다. 이(신당)쪽에 찬스가 있을 수 있고, 새로운 틀에 윤석열이 됐건 김종인이 됐건 모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이 잘하면 신당이 변수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김종인(오른쪽)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금태섭 전 의원이 16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조찬을 함께하는 모습. /연합뉴스

-민주당과 같이할 일은 없나?

“민주당은 아주 퇴행적인 길을 걷고 있다. 변하지 않을 것이다. 거취 문제는 분명해야 한다. 내가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

-대선 임박해도 신당이 뜨지 않으면 어쩔 건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지지율이 가장 높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기존 정당에 속해 있지 않다. 여야 모두 격론을 벌이고 변화가 생길 것이다.”

-윤 전 총장과의 관계는 어떤가.

“의원 끝나고 한 번도 못 봤다. 검찰 근무 때도 개인적으로 가깝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윤 전 총장도 나름 계획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대도 많다. 얼마 전 정승국(중앙승가대) 교수와 노동시장 구조에 대해 얘기하신 걸 봤는데 좋은 모습이라 생각한다.” 윤 전 총장은 정 교수와 만난 후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이 국가의 최우선 과제”라고 했었다.

-안철수 대표는 어떤가?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 합당하기로 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새로운 플랫폼에 오는 건…. 안 대표는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많은 기회를 가졌던 분이다. 그런데 기회를 한 번도 못 살리고 자신을 따르던 여러 사람의 기회도 날렸다. 2012년 대선 때 안 대표가 끝까지 갔더라면 지금 문제가 되는 ’86세대'의 퇴진이 앞당겨졌을 것이다. 안 대표는 기회를 많이 만나시는 분이니 앞으로도 잘하시기를 바란다.”

-소위 ‘조국 흑서파’도 신당 세력으로 거론된다.

“직업 윤리가 중요하다고 본다. 김경율 회계사는 시민 단체 하고 있고 진중권 전 교수는 평론을 한다. 그분들에게 직접 물어봐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금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혹시 다른 사람이 없으면 본인이 신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나?

“내년은 개인적으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생각이 없다. ‘아직 없다’가 아니라 그냥 ‘없다’다.”

-청년 정책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금 전 의원은 ‘금수저’ 아닌가?

“왜 그런 이미지가… 정치권이 할 일은 청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영국의 존 메이저 전 총리나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은 20대 때부터 정당 활동을 하면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연습을 했다. 그런 틀을 만들어 주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양념질’ 사과해야

-이번 개각은 어떻게 보나?

“민주당이나 청와대의 메시지를 보면 제대로 반성하거나 변화하려는 모습이 전혀 안 보인다. 반성한다면서도 ‘내가 뭘 잘못했다’는 말이 전혀 없다. 문재인 정부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이 편 가르기인데, 대통령이 선거 후 사과하고 강성 지지층에게 메시지를 냈어야 한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는 존경하는 분이지만 과연 강성 지지층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변해야 총리가 변하는데 선거 후 대통령을 보면 그럴 것 같지가 않다.”

이른바 ‘문빠’로 불리는 문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은 최근 팔순을 맞은 금 전 의원의 어머니를 향해 온라인상에서 욕설에 가까운 발언을 했고, 금 전 의원은 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금 전 의원은 “2017년 대선 때 민주당 전략위원장을 했다. 당시 문재인 캠프에 ‘앞으로 대통령이 될 텐데 강성 지지층 때문에 국정이 발목 잡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안희정 캠프 의원들이 많이 당했다. 그런데 문 후보는 의총에서 ‘제가 알았든 몰랐든, 제가 책임이 있든 없든, 상처받은 의원에게 유감을 표하고 위로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건 ‘양념’을 계속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문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위해 자제를 당부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 /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4.18. /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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