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293] 황소, 독수리, 코알라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1. 4.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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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좋아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2개의 프로가 있다. 동물의 왕국과 UFC이다. UFC는 피, 땀, 눈물이라는 3가지 액체를 흘려야만 하고, 이 고통을 견디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격투기의 핵심은 맷집이다. 동물의 왕국은 삶이 생태계라는 이치를 보여준다. 선과 악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약육강식의 생태계에서 어찌 도덕을 논하겠는가.

황소 독수리 코알라/조선일보db

동물마다 각기 고유한 행동 양식이 있다. 윤석열은 황소이고, 김종인은 독수리, 안철수는 코알라로 환치시켜 본다. 안철수가 처음 등장하던 10여년 전쯤이던가. 이 칼럼에서 안철수를 코알라에 비유했던 적이 있었다. 백신을 맞고 코알라가 백곰으로 변했다고. 코알라는 아주 순한 동물이다. 호주에서 유칼리나무 잎을 주로 먹고 산다. 순하고 편안한 인상을 주는 동물이라서 핏자국이 난무하는 UFC와는 어울리지 않는 동물이다. 그러나 컴퓨터 백신의 인기 때문에 링에 등장하게 되었다. 그놈의 대중적 인기가 컴퓨터 백신가의 길에서 격투기 선수로 팔자를 바꾸어 버렸다. 이제 그 백신 효과는 다 사라지니까 백곰에서 원래의 코알라로 되돌아갔다. 안철수의 코알라 적 본성은 목소리에 나타난다. 격투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십대 소년의 목소리이다. 소년의 목소리를 지닌 코알라는 독수리의 밥이다. 독수리의 그 날카로운 발톱에 몸통을 찍히는 수밖에 없다.

독수리는 시야가 높고 넓은 맹금류이다. 김종인은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였던 가인 김병로의 특수 교육을 받고 자랐다. 10여세 때부터 조부의 명령으로 정치 유세장을 돌아다니면서 정치 감각을 익혔다. “오늘 누가 연설을 잘하더냐?” “조병옥이 잘하기는 하는데, 뒤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들을 수군거리네요.” 거기에다가 전국구 5선이다. 해방 이후 전국구 5선을 한 인물은 김종인이 유일하다. 이는 헤드 테이블에서만 놀았다는 이야기이다. 3김씨 이후로 정치 판세를 읽는 시야는 맹금류 김종인이 가졌다.

독수리에 필적하는 시야를 가진 송골매가 이해찬인데, 요즘 송골매는 몸이 안 좋은 것 같다. 황소 윤석열은 덩치가 크다. 날쌔고 민첩한 느낌은 없다. 우직하면서도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황소는 뿔이 무기이다. 이 뿔은 법과 공정함이다. 돌진하는 황소 뿔에 걸리면 사자도 내동댕이쳐지는 장면을 보았다. 시장 선거를 끝낸 독수리가 참나무 꼭대기에 앉아서 정치 판세를 보고 있다. 코알라는 독수리 밥이지만 황소 뿔 위에 내려앉으면 어떤 형국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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