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순도 100% 사랑
강아지와 함께 산 지 4년째가 되었다. 짙은 갈색 털에 곰의 눈매를 닮아 곰돌이라고 불렀다. 애견 농장에서 곰돌이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곰돌이는 꼬리를 마구 흔들며 사람에게 매달리던 강아지들 뒤에서 조용히 눈치만 살피던 아이였다. 이상하게 그 모습이 눈에 밟혔다. 결정 장애인 나와 딸아이 대신 남편이 과감하게 곰돌이를 안아 집으로 데려왔다.
식구들이 아침에 회사와 학교로 가면 곰돌이는 온종일 나만 따라다녔다. ‘웬일로 따라오지 않지.’ 싶으면 저만치 누워 나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무의식 중에 뒤를 돌아보다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뚫어져라 나만 지켜보는 곰돌이가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아무도 없는 낮의 고독을 즐기던 내게 24시간 나를 주시하는 생명체가 생긴 것이다. 돌봐주어야 할 아기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강아지를 키워 본 적이 없는 내게 강아지라는 종(種)의 특성을 이해할 시간이 필요했다. 강아지에게 보호자는 세상의 전부인 것 같았다. 내가 밥을 주지 않으면 굶어야 했고, 산책을 시켜주지 않으면 바깥바람도 느낄 수 없었다.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기대어 살고 있었다. 곰돌이는 대신 맹목적인 사랑과 무한한 신뢰를 우리에게 퍼부어주었다. 내가 잠깐 쓰레기만 버리고 와도 곰돌이는 10년 만에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고 좋아했다.
가만히 곰돌이에게 눈을 맞추고 있으면 마음에 뭔가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나를 향한 순도 100%의 사랑이라고 할까. 곰돌이는 엄청난 사랑을 내게 주고 있었다. 그건 종의 차원을 뛰어넘는 위대한 사랑이었다. 서로 눈빛을 마주하고 감정이 흐를 수 있다면 종의 구별도 무의미했다.
강아지는 알면 알수록 경이로운 존재였다. 자신의 마음을 건네준 순간 그를 영원히 사랑하기로 작정한, 유기될 때조차 자신이 잘못해 보호자를 놓쳤다고 생각하여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존재. 그게 내가 알게 된 강아지 종의 특성이었다. 난 오늘도 곰돌이한테 사랑의 섭리를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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