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은우]김치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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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사장 A 씨는 가상화폐로 큰돈을 벌었다.
그를 따라 투자해서 돈을 번 친구도 꽤 있다.
덕분에 친구들 사이에서 선견지명을 인정받는다.
투자자들은 가상화폐인 도지코인(Doge Coin) 값이 오를 것이란 뜻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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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에 몰려들자 한국에서만 더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이 생겼다. 비트코인 1개가 해외에서 6500만 원일 때 한국에선 76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런 차액을 노린 해외 송금도 급증했다. 싼값에 가상화폐를 사려고 해외로 돈을 보내거나, 들여온 가상화폐를 비싸게 팔아서 남은 차익을 해외로 보내는 자금들이다. 외국환거래법 위반이어서 정부는 관련 송금을 거절하라고 은행에 공문을 보냈다.
▷젊은 세대의 가상화폐 열풍은 슬픈 투기로 볼 수도 있다. 일자리가 없어 30대 이하 약 750만 명이 구직을 포기했거나 그냥 쉬는 처지다. 암담한 현실에 로또 사듯이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나만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투자에 뛰어든 이들도 많다. 여기에 인터넷상의 확인 안 된 투자 성공담들이 불을 붙였다.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는 올 들어 약 3배로 증가해 10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럴수록 김치 프리미엄은 유지되거나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15일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투기 자산”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가상화폐는 투기수단이며 결제수단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인 미국 코인베이스 상장을 하루 앞두고 나온 발언들이다. 하지만 코인베이스는 상장 첫날 폭등하며 기업가치가 100조 원에 육박했다.
▷정부 경고에도 가상화폐 투자가 줄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가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자리 잡은 건 세계적인 현상이다. 자산의 일부를 가상화폐로 보유하는 자산 배분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묻지 마 투자’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울뿐더러 나쁜 투자 습관만 생길 수 있다. 한 자릿수 수익률은 눈에 차지 않고, 이곳저곳 빌려서 ‘다 걸기’로 단기 투자를 하는 경우다. 이런 방식은 김치 프리미엄을 키워 외국인 좋은 일만 시킬 뿐이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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