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윤완준]美가 왜 中체제 문제 삼는지 잘 모르는 정부 관료들

윤완준 정치부 차장 2021. 4.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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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들이 종종 자문을 하는 외교안보 분야 A 교수를 지난해부터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료들이 찾았다.

A 교수 눈에 비친 경제 고위 관료들은 기술·경제와 안보·외교가 긴밀히 얽힌 미중 패권경쟁의 실체를 잘 몰랐다.

그는 "반면 외교안보 부처 관료들은 미중 경쟁의 본질이 첨단기술 패권경쟁에 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AI는 훈련하고 학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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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정치부 차장
정부 관계자들이 종종 자문을 하는 외교안보 분야 A 교수를 지난해부터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료들이 찾았다. 미중 관계 얘기를 듣고 싶다는 것. A 교수 눈에 비친 경제 고위 관료들은 기술·경제와 안보·외교가 긴밀히 얽힌 미중 패권경쟁의 실체를 잘 몰랐다. 그는 “반면 외교안보 부처 관료들은 미중 경쟁의 본질이 첨단기술 패권경쟁에 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중 한 가지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왜 중국 공산당의 사회주의 체제가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며 문제 삼고 있는지다.

중국은 “미국이 견제하는 5G(5세대 이동통신)는 4G의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국가 제조업의 미래를 결정할 무기”라고 말한다. 5G는 사물인터넷을 가능하게 한다. 사물인터넷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5G 사물인터넷의 발전은 곧 차세대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이다. AI의 능력과 속도는 반도체가 결정한다. 5G와 달리 AI와 반도체는 미국이 앞선다. 그런데 AI는 훈련하고 학습해야 한다. 이를 위한 대량의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빅데이터 분야는 중국이 훨씬 유리하다. 중국은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하는 체제다. 개인정보 보호의 ‘장벽’ 없이 14억 인구의 거대한 시장에서 나오는 각종 데이터를 무한정 수집할 수 있다.

중국이 빅데이터의 우위를 앞세워 5G는 물론이고 AI, 반도체까지 역전해 공급망을 좌우할 정도가 되면 미국의 산업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이 중국에서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을 기술독재라 부르며 문제 삼는 데는 이런 배경도 있다는 게 A 교수의 생각이다.

미국은 이미 한국에 기술·경제와 안보·외교가 분리될 수 없다고 압박하고 있다. 지금도 미 국무부에서 한국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료는 지난해 기자에게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안미경중은 거짓된 이분법”이라며 “미국의 기술, 경제적 중요성을 깎아내리면 안 된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달 초 왕이 외교부장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회담 결과 자료에서 “한국과 협력을 중점적으로 강화하기를 원한다”며 몇 가지 분야를 제시했다. 공교롭게도 미국이 기술 패권경쟁의 핵심으로 꼽고 있는 “5G, 빅데이터, AI, 반도체 집적회로”가 빠짐없이 들어갔다. 기술 경쟁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지 말라는 중국의 분명한 메시지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의 5G는 물론이고 우리가 빅데이터 분야에서 중국과 정보를 교류하거나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걸 미국이 반길 여지는 적어 보인다.

이 때문인지 최근 한중 정부·전문가 간 화상회의에서 중국 측에 “한미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방식으로 한국에 접근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이제 기술·경제와 안보·외교를 함께 다루는 컨트롤타워 없이 21세기 미중 경쟁 시대를 헤쳐가기 힘들어졌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10차례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결과를 공개한 청와대 보도자료들에서 이런 대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단서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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