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기'가 고객에게 각인되는 지름길[Monday DBR]
먼저 고객이 글의 내용을 기억하게 하려면 직접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의 기억은 적극적으로 생각할 때 더 오래 유지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크게 두 가지 기능, 즉 감각 입력과 운동 출력을 수행한다. 그런데 기억의 관점에서는 실행 명령을 몸의 각 부분에 보내는 운동 출력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다시 말해 생각함으로써 뇌 안에서 운동이 일어날 때 기억의 효과가 더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고객이 메시지를 기억하게 만들고 싶다면 그들의 감각에 단순 반복 노출하는 것보다는 그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에 따르면 단순히 같은 정보를 단순 반복 입력하는 것보다 시험 등으로 계속 끄집어내 생각하게 할 때 기억 효과가 커진다. 해당 실험에서는 학생들에게 일정 분량의 글을 외우게 한 뒤 학생들을 A, B그룹으로 나눠 각각 다른 지시를 내렸다. A그룹 학생들에게는 글을 다시 외울 수 있는 추가 시간 7분을 줘서 재학습을 유도했고, B그룹 학생들에게는 학습한 글 중 기억나는 것들을 써내라고 요구하며 시험을 치르게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두 그룹을 비교한 결과 시험을 본 B그룹의 기억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실험 직후에는 재학습이 기억에 더 효과적이었지만 2일 이상의 시간이 지나고부터는 시험의 효과가 높았다.
이를 세일즈에 적용할 경우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은 바로 ‘질문하기’다. 사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대답을 생각하지 않기란 매우 힘들다. 질문을 받는 순간 뇌에는 자연스럽게 ‘지식의 공백’이란 공간이 만들어지고, 이것을 메우는 작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대답의 내용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대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일어나고, 그 생각의 강도가 클수록 기억의 효과가 커진다는 게 중요하다.
고객을 생각하게 만드는 데 유용한 질문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제약 영업을 예로 들어 보자. 고객 관점에서는 새로운 약품 정보가 한꺼번에 훅 들어오면 머릿속에 지식의 공백이 생길 여지가 없고, 생각이란 뇌의 운동 출력도 미미할 수밖에 없다.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해 지식의 공백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질병 치료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저렴하면서 효과가 검증된 약품이 있다면 어떨까요?”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고객이 글의 내용을 기억할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억을 회상시키는 질문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기억은 생각할수록 더욱 공고해지고, 생각하지 않으면 잊혀지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번 메일에서 제품이 병원에 꼭 필요한지에 대해 말씀드린 두 가지 이유를 혹시 기억하시나요?”라고 질문하는 것도 방법이다. 두 번째 메일을 보낼 때는 이전 메일에서 언급한 중요한 내용을 질문해서 내용을 머릿속에서 다시 끄집어내게 만들어야 한다.
셋째, 고객의 의견을 요청하는 것도 기억 유도에 효과적일 수 있다. 의견을 내기 위해서는 같은 글에 대해 여러 번 곱씹어 볼 수밖에 없다. “지난번 소개해 드린 제품에 대해 흥미로운 점이나 추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의견 부탁드립니다”처럼 고객의 피드백을 요청하는 질문만으로도 생각을 유도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질문은 글보다 말로 할 때 훨씬 더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좋은 글은 상대와 말로 대화하듯이 적은 글이다. 따라서 글을 쓸 때도 말할 때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 기억을 회상하는 질문, 의견을 요청하는 질문을 적절히 섞을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질문을 하더라도 여전히 고객 중 일부는 세일즈 글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성과를 달성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야말로 영업의 기본이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19호에 실린 ‘내 글 읽었다는 고객, 왜 내용은 기억 못할까’를 요약한 것입니다.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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