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 없어도..' 수원 유스팀 출신 김건희·강현묵·정상빈 골폭죽

이규원 기자 2021. 4. 1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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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 3년 6개월 만에 울산에 3-0 완승
유스 선수들 '윤빛가람, 조현우 등 국가대표팀 울산 안 부럽다'
수원 박건하 감독 "홍명보 감독님께 미안하지만 승리한건 기뻐"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 정상빈은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에 직행한 뒤 올 시즌 5경기에서 3골을 터트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MHN스포츠 이규원 기자] "그동안 승리하지 못하며 어려운 상황이 있었는데,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승리를 돌리고 싶다. 김건희와 강현묵, 정상빈을 선발로 내보내면서 기대도, 걱정도 했는데 선수들을 믿었다. 강한 상대를 맞이해 큰 활약을 해 준 부분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긍정적이다"(수원 삼성 박건하 감독)

유스팀 출신 선수들을 앞세운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이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울산 현대를 무너뜨리고 리그 5경기 만에 승리를 챙겼다.

수원은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하나원큐 K리그1 2021 10라운드 홈 경기에서 김건희(26)와 강현묵(20), 정상빈(19)의 릴레이 골에 힘입어 3-0으로 완승했다.

2017년 10월 15일(2-0 승) 이후 K리그에서 울산을 상대로 4무 5패에 그쳤던 수원은 약 3년 6개월 만에 리그에서 울산을 제압했다.

이날 득점포를 가동한 김건희와 강현묵, 정상빈은 모두 수원의 18세 이하(U-18) 유스팀인 매탄고 출신이다.

전북 현대 이적 과정에서 유스 시절 소속팀인 수원과 보상금을 놓고 마찰을 일으켰던 백승호의 아쉬움을 떨쳐버린 승리였다.

수원은 지난달 입장문에서 "수원이 한국축구 인재 육성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유소년 시절부터 지원했음에도, 합의를 위반하고 전북과 계약을 강행한 백승호 선수 측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울산은 윤빛가람과 홍철, 이동준, 김인성 등에 골키퍼 조현우까지 한국 남자 국가대표팀에서 뛰는 선수들이 모여 있는 '강팀'이지만, 수원은 '젊은 피'를 앞세워 승리했다.

매탄고와 고려대를 거쳐 2016년 수원에 입단한 김건희는 그간 눈에 띄는 골잡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팀에 합류한 니콜라오, 제리치 등 외국인 선수들이 100% 적응하지 못한 가운데, 최전방에서 든든히 공격을 이끌고 있다.

김건희는 이날은 전반 13분 만에 팀에 결승골을 안기며 자신의 시즌 3호 골을 신고했다.

그의 뒤를 잇는 후배들도 톡톡히 활약하고 있다.

수원 김건희는 전반 13분 만에 팀에 결승골을 안기며 자신의 시즌 3호 골을 신고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해 수원과 준프로 계약을 맺었던 정상빈은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에 직행한 뒤 올 시즌 5경기에서 3골을 터트렸다.

김건희와 함께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하는 등 팬들과 박건하 수원 감독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여기에 이날은 강현묵까지 K리그 데뷔골을 터트렸다.

강현묵은 이달 7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8라운드에서 데뷔골을 터트리는 듯했으나, 골 장면에 앞서 동료의 반칙이 확인돼 득점이 취소된 적이 있다.

아쉬움을 삼킨 그는 울산전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득점포를 가동한 데 이어 후반 24분에는 정상빈의 골을 도우며 첫 도움까지 기록했다.

강현묵은 경기 뒤 유스 출신 선수들의 활약에 대한 비결을 묻자 "매탄 출신들이 많아 자부심이 크다. 옛날부터 같이 뛰면서 발을 맞추기도 했다"며 "상빈이와도 같이 발을 맞췄기 때문에 더 (호흡이)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로의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기도 한다.

정상빈의 활약을 지켜봤던 강현묵은 "슈팅 연습을 하면서 경기장에 들어가면 골을 넣어야 한다는 마음을 가졌다. 자극됐던 것 같다"며 "올 시즌에는 공격포인트 10개를 올리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달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소(CIES)의 발표에 따르면 수원은 올 시즌 K리그에서 21세 미만의 선수들을 가장 많은 시간 기용하고 있다.

주전으로 꾸준히 자리를 지키는 오른쪽 윙백 김태환(21) 역시 매탄중-매탄고를 거친 수원의 22세 이하(U-22) 자원이다.

박건하 감독은 경기마다 U-22 선수들을 2∼3명씩 출전시키는데, 단순히 한국프로축구연맹의 U-22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는 "선수들이 경기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발전하는 부분이 보였다. 이 선수들이 팀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기회를 얻는 만큼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실력을 증명하고 있다.

강현묵은 "감독님이 믿어주시니 자신감이 생긴다. 또 그에 대해 보답을 해야 하니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게 된다"고 전했다.

수원 박건하 감독은 울산을 격파한 뒤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경기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었던 홍명보 울산 감독과 코치로 그를 보좌했던 박건하 수원 감독의 프로 첫 맞대결이었다.

동등한 위치에서 적으로 만난 두 감독의 첫 만남에서는 박 감독이 웃었다.

수원 삼성 박건하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올림픽 축구대표팀에서 코치로 보좌했던 홍명보 울산 감독과의 프로 첫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첫 만남에서 완승을 한 박 감독은 "큰 점수 차로 이긴 부분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중에 따로 전화를 드려 미안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승리한 건 기쁘다. 내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걸 홍 감독님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더 이기고 싶었고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전북 현대(승점 23)와 성남FC(승점 15·7득점)의 10라운드 맞대결이 남아 있는 가운데, 수원은 승점 15(12득점)를 쌓아 3위로 올라섰다.

더불어 최근 정규리그 4경기 무승(1무 3패)을 끊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3연승을 마감한 울산은 2위(승점 20)에 머물렀다.

이날 수원은 이른 시간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13분 이기제의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을 김건희가 머리로 돌려 골망을 흔들었다. 김건희의 시즌 3호 골.

예상치 못한 실점에 놀란 울산이 전반 21분 강윤구와 김민준을 김인성, 이동준으로 빠르게 교체해 맞섰지만, 스피드를 앞세운 수원의 공세는 계속됐다.

전반 27분에는 수원의 역습 과정에서 김건희의 패스를 받은 정상빈의 왼발 슛을 울산 골키퍼 조현우가 잡아냈다.

울산은 전반 30분에야 첫 슈팅을 기록했는데, 김지현이 페널티아크 왼쪽 부근에서 찬 오른발 슛은 굴절돼 수원 골키퍼 양형모의 품에 안겼다.

2분 뒤 원두재의 오른발 중거리 슛은 골대를 벗어났다.

후반 시작 후 1분 만에 오히려 수원이 추가 골로 격차를 벌렸다.

이기제의 코너킥 이후 조현우가 쳐낸 공을 강현묵이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강한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울산은 후반 17분 힌터제어에 이어 후반 23분 신형민과 김성준까지 투입해 만회 골을 노렸다.

하지만 골 맛을 본 건 또다시 수원이었다. 수원의 '루키'들이 팀의 세 번째 골을 합작했다.

강현묵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울산 진영으로 질주한 정상빈이 강현묵의 크로스를 헤딩 슛으로 연결해 쐐기 골을 뽑아냈다.

울산은 후반 27분 홍철이 감아 찬 프리킥이 양형모의 선방에 막혔고, 3분 뒤 홍철의 두 번째 프리킥은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끝내 한 골이 나오지 않았다.

수원은 후반 추가 시간 제리치의 슛이 조현우의 선방에 막혔으나 3골 차 무실점 승리로 경기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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