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호황 놓칠라..현대重-대우조선 M&A 심사 1년 9개월째 감감무소식

김상윤 2021. 4. 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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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경쟁총국 "LNG선 경쟁제한 우려 줄여라"
현대重, 중형조선사에 LNG건조기술 이전 검토
공정위, 중간발표도 없이 아무런 '시그널'도 없어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M&A) 심사가 1년 9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자료 보정에 따라 심사기일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식적인 설명이지만, 공정위가 유럽 집행위원회(EU Commision)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를 두고 공정위가 해외 경쟁당국의 눈치를 보며 독립적인 결정을 피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선박 수요자가 대부분 쏠려있는 점을 고려하면 EU쪽의 심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옹호론도 만만찮다. 재계에서는 M&A 승인 지연으로 오랜 불황 끝에 찾아온 조선업 호황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이 시운전하고 있다. (사진=한국조선해양)
EU “LNG선 독점 우려 해소해라”

18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는 빨라야 6월경에나 돼야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공정위는 기업결합 신고가 들어오면 30일내에 마무리를 해야 한다. 결합 이후 시장 점유율이 높아 다른 경쟁자와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큰 경우 심사기간을 늘려 최대 90일까지 심사할 수 있다. 자료 보정을 위한 기간은 제외된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M&A 신고는 지난 2019년 7월1일에 이뤄졌다. 1년 9개월 전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이 급변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늦다. 카자흐스탄 경쟁당국은 2019년 10월29일 기업결합을 승인했고 이듬해 8월 싱가포르도 승인으로 결론을 내렸다. 국적 조선사를 키우고 있는 중국마저도 작년 12월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남은 곳은 EU와 우리나라, 일본 뿐이다.

공정위 심사가 지연되는 배경에 EU집행위원회가 있다. EU 집행위원회 산하 경쟁총국(DG competition)이 합병 승인에 까다로운 심사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상선 운영국 상위 25개국 중 10개국(그리스, 독일, 덴마크 등)이 EU 회원국인 터라 EU 경쟁총국은 이번 결합에 대해 깐깐하게 볼 수밖에 없다.

EU는 지난해 6월 중간심사보고서를 발표하며 LNG선의 경쟁제한 여부만 남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LNG선박을 과점(70%)하고 있는 양 기업의 기업결합을 쉽사리 허용해주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기업결합 업무를 했던 전 공정위 간부는 “심사기일이 길어지는 것은 그만큼 이번 M&A로 인한 경쟁 제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현재 독점력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EU와 조선사간 협상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국내 중형 조선사에 LNG선 건조기술을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기업결합을 통한 효율성 증대효과가 경쟁제한 효과보다 크고,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EU를 포함한 한국, 일본 등 남은 3개 경쟁당국의 심사 일정과 절차에 따라 관련 사안을 충실히 설명해 기업 결합 심사를 원만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韓 공정위가 방향 정하겠다” 김상조 공언

두 회사의 M&A 승인과 관련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은 2019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유럽이 M&A 심의 결론을 내리기 전에 한국 공정위가 먼저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고, 이를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의 공언과 달리현재 공정위는 EU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일 공정위 설명대로 M&A 심사 방향이 바뀌어 시간이 걸린다면 경쟁당국이 시장에 메시지를 전해야 하지만 아무런 언급도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메가 조선사’ 탄생을 고려한 ‘산업정책’을 의식해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대 교수는 “이미 기재부, 산업부, 금융위, 산업은행 차원에서 내려진 산업정책인데 공정위가 이를 뒤집기에는 부담이 많을 것”이라면서 “공정위가 먼저 불허하는 시나리오, 공정위는 승인했지만 EU가 불허하는 시나리오 둘다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EU집행위원회의 시정조치가 전 세계 시장에 다 적용되는 만큼 공정위가 신중하게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EU에서 일부 매각 조치가 이뤄지면, 해당 시정조치는 전세계 시장에서 똑같이 적용된다”면서 “우리나라보다 EU선주들의 입김이 강한 터라 EU 결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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