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플러스] 기자 지망생이던 '불꽃'이 기자들에게 묻다

이세중 2021. 4. 1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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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인능욕을 트위터에 딱 쳤어요. 그런데 46분 전에 하나, 55분 전에 하나, 2시간 전에 하나, 5시간 전에 하나."

"사진도 607장이 공유되고 있고 동영상이 27개, 공유링크 2개 뭐 이런 식으로 참가자는 1437명."

"트위터에서 이제 노예녀 구한다고 하면서"

"피해자들 그냥 셀카 이런 것도 막 많이 올라와요."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텔레그램 대화방에 배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문형욱이 어제 검찰로 넘겨졌습니다."

당시 N번방을 가장 먼저 추적해 세상에 알린 건 '추적단 불꽃'이란 활동명을 쓰는 대학생들이었습니다.

언론의 관심이 시들어진 지금도 추적하고 있을까.

수소문 끝에 다시 만났습니다.

여전히 이름과 모습은 드러내지 않은 채 활동 중입니다.

추적단불꽃
"안녕하세요, 저는 추적단 불꽃의 불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추적단 불꽃의 단입니다."
<질문> "1년 동안 좀 어떻게 지내셨어요?"
"모니터링하고 채증하고 또 이제 경찰에 신고하는 과정도 있었고요,"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한 플랫폼에 대해서 기획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따라가 봤습니다.

정해진 공간 없이 자리를 잡은 곳이 작업실.

빡빡한 일과 속에서도 모니터링과 채증 작업은 계속됩니다.

추적단 불꽃 '단'
"(모니터링은 하루에) 한 2~3시간 정도 하고 있어요."
<질문> 주로 언제 하는 편이에요?
"본격적으로 하는 거는 저녁 시간, 새벽 시간대고. 이제 주중에도 이제 오전 몇 분, 몇 분 뭐 이런 식으로 계속 틈틈이 보는 편이에요.“

취재와 동시에 신고까지 진행합니다.

추적단 불꽃 '불'
"근데 사실 트위터 같은 경우에는 영장을 청구하고 가해자들의 주소, IP 주소 같은 걸 받기까지 시간이 좀 오래 걸려서 그런데 그 사이에 얘네가 좀 탈퇴해버리거나 하면 수사에 좀 차질이 있을 수 있죠. 그래서 우선 보이는 대로 그때그때 빨리 좀 신고하는 편이에요.“

피해자들이 보낸 제보도 확인합니다.

추적단 불꽃 '불’
"디스코드에서 지금 박사방 자료 파는 방 영상 돈 받고 팔고 있다고 제보 들어왔거든. 디스코드는 수사 진행한다고 했는데도 왜 계속 디스코드에서 이렇게 영상을 공유하지?“

외부 단체와 회의라도 있는 날이면 더 바빠집니다.

이날은 국제엠네스티와 만나는 날입니다.

공동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취재하기 위해서입니다.

텔레그램뿐 아니라 디스코드, 트위터 등 수많은 플랫폼에서 여전히 성착취물이 유통된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아 지난달 출고했습니다.

다음 취재 대상은 플랫폼 회사들,

디지털 성범죄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입니다.

추적단불꽃 ‘불’
"신고 과정도 굉장히 복잡했을뿐더러 제 신분증의 사진도 같이 첨부해야 되더라고요? 이런 과정을 과연 누가 거쳐서 이렇게 신고를 할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추적단 불꽃 ‘단’
"이렇다 할 조치가 없이 그냥 뭐 신고 들어오면 조치하고 있어요, 라는 답변만 하니까 이 클라우드라는 안에서 되게 뿌옇게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거를 방치하고 있는 느낌이 계속 들어요."

6월까지 매달 한 편씩 기사를 낼 계획입니다.

<질문> (추적단 불꽃에게) 협업을 같이 하자고 제의하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양은선/ 국제앰네스티 팀장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수면위로 올리기 위해서 굉장히 오랜 시간 그리고 지금까지도 하고 있었던 노고는 다른 어떤 언론에서도 할 수 있었던 작업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추적단불꽃과) 취재를 해나가는 것이 이 문제의 본질을 세상에 더 많이 드러내고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을 해서...“

N번방 사건 때부터 느꼈던 언론 보도의 문제점에 대한 대응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리셋(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비영리단체) 활동가
"기성 언론들에게는 이건 그냥 일의 한 가지고 보도할 사건이나 보도할 어떤 케이스의 하나인 것뿐인데 저분들은 정말 말 그대로 추적을 해오신 거잖아요. 그 부분이 매우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1년 반 전만 해도 기자가 되고 싶은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이들이 왜 이런 길을 걷게 됐을까?

여느 기자 지망생처럼 탐사보도 공모전 출품이 시작이었습니다.

불법촬영과 텔레그램방 문제로 공모전에 당선됐고, 큰 반향을 기대했지만,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추적단불꽃 '불'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고 또 관심도 없더라고요. 너무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그런 좌절감에도 많이 빠졌어요. 그러다가 이제 국민일보에서 저희가 인턴을 한 적이 있어가지고 N번방 추적기를 저희가 되게 상세하게 이제 말씀을 드리고, 저희의 관점을 담은 그런 추적기 기사가 총 4회에 걸쳐서 국민일보를 통해 보도됐습니다."

이들이 취재한 결과물은 기성 언론사 기자들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박민지/ 국민일보 기자(추적단 불꽃 공동취재)
"불꽃이 채증한 자료를 보면 엄청나요. 엄청많아요. 그 자료 중에 절반 정도가 피해자랑 대화한 내용이에요. 피해자를 한 명, 한 명 다 찾아다니면서 상황을 알리고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사실 기자들은 그러기 쉽지 않잖아요. 일단 확인했으면 써야 되잖아요. 저는 사실 그때 좀 충격이었어요. 이 친구들이 이렇게 많은 피해자들한테 알렸구나. 진심이구나."

이 보도로 온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고, 자연스레 이 기사의 바이라인에 적힌 '추적단 불꽃'에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추적단불꽃 '불'
"그때 아침 5시 반에 라디오 인터뷰 이제 생방송 마치면 씻고 나가서 MBC 갔다가 KBS 갔다가 SBS에 갔다가 뭐 신문사 갔다가 엄청 많이 돌아다녔거든요. 세상에 알려서 이거를 어떻게든 좀 해결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런 언론에 많이 나갔던 거고.."

뭔가 이뤄질 것만 같은 순간도 그때 뿐.

추적단불꽃 '단'
"얻어낼 수 있는 그런 자극적인 말이나 채증자료를 얻어내고, 그냥 그 정도로 끝내고 싶어 하는 그런 분들 되게 많았어요. 저희를 약간 채증자료 자판기 취급하시거나 뭐 그런 분들도 되게 좀 당황했죠.
"되게 가학적인 피해 사실들을 헤드라인에 나열하거나 피해자는 그랬기에 피해를 당할만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는 데도 있었고요. 한 신문사에서는 이제 피해자의 직업이라든지 나잇대가 특정되는 그런 보도를 했었던 적이 있거든요."

<질문> 1년이 지난 현재 지금 언론 보도 많이 좀 바뀌었다고 보시는지,

추적단불꽃 '불'
"아니요, 오늘도 이제 모니터링을 해봤는데 언론에서 피해자가 있는 그런 성착취물을 음란물이라고 이제 치부를 한다거나 불법촬영을 희화화하고 사소화하는..."

여전히 자극적인 제목으로 소비되는 디지털 성범죄,

기성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추적단 불꽃이 언론사 입사가 아닌 다른 길을 택한 이유입니다.

<질문> 언론사 입사를 하지 않고 취재하고 기사를 쓰기로 한 이유가 있나요?

추적단 불꽃 '불’
“글쎄요, 지금 당장 언론사에 들어가야겠다, 이런 마음은 안 드는 거 같아요. 그리고 또 저희가 그동안 만나 왔던 언론사의 모습들에 환멸을 많이 느껴왔기 때문에 굳이 저기로 안 들어가도 되겠다, 그냥 지금 우리가 하는 대로하는 게 우리한테도, 또 그냥 이거를 문제를 알리는 데도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

언론사 입사 공부할 시간에 피해자를 한 명이라도 더 막는 게 목표입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지금 디지털 성범죄 시장은 하나도 축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보가 알려짐으로 해가지고 과거와 유례없이 훨씬 더 번성하고 있다 이게 현실이고요. 국가는 방치해놓고 손 놓고 있다가 결국에는 어린 개인 여자 2명이 하기에 이르게 만든 건 정말 국가적 책임의 방기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불꽃추적단이 계속해서 뭔가 얘기해서 이슈화하기는 쉽지 않아요. 굉장히 다양한 이유 때문에. 국회에 출입할 수도 없어, 기자단에 속해있지도 않잖아요. 세상에 처음인 직업이 나온 거예요. 기자 플러스알파가 나온 거예요. 그거를 우리는 추적단이라고 부르는 거고...“

이젠 디지털 성범죄만을 다루는 탐사 르포 매거진을 발행해 본인들만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추적단 불꽃,

기자들이 가지 않았던, 가지 못했던 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Q 이세중입니다.

이세중 기자 (ce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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