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보다 못사는 최초 세대".. '노오력의 배신'에 절망 ['변화의 중심' MZ세대]
'개천용' 기회 박탈 절망 청년, 공정에 매달리다
2020년 SNS 등 '공정' 언급 157만건
조국·LH 등 불공정 이슈 때 폭발
14%만 "노력 따른 정당 대가 받아"
무한 경쟁 속 '젠더 갈등' 비화도
온라인 '공정' 키워드 2018년 86만건
2020년엔 하루 4300건.. 80% 이상 급증
여성들 고용·임금 등 성차별 구조 비판
남성들은 취업·군대 부담.. 역차별 성토
인국공 사태 등 '절차적 공정' 몰두 논란
전문가 "진정한 공정은 소수자 우대"
취업준비생 조성준(28)씨에게 공정은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앞으로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그는 일찌감치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는 옛이야기로만 느껴질 뿐이다. 그는 “예전엔 성실하게 회사 다니며 월급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20∼30년 동안 일해도 내 집을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졌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같은 불공정 사태에 큰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다.
김정석(28)씨에게도 공정은 중요한 가치다. 그는 “지금 사회는 ‘계층 이동 사다리’가 사실상 붕괴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과거에는 다소 불공정한 일이 있어도 다들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사회 위치에 대한 불안감이 적었는데 지금은 계층 유동성이 무너졌잖아요. 차선으로 공정에 매달리게 된 것 같습니다.”
공정, 젠더, 합리성, 스몰럭셔리, 공유 문화…. ‘MZ 세대’를 표현하는 단어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합친 MZ세대는 최근 사회문화는 물론 정치 지형에까지 충격파를 던지며 사회의 중심에 섰다. 디지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익숙한, 이전 세대와는 다른 ‘DNA’를 가진 이들이 몰려오면서 한국 사회는 또 한번 급변의 기로에 놓였다. 사회·경제 연구소에서는 이들을 분석한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다. MZ세대는 이전 세대와 어떻게 다르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 세계일보는 3회에 걸쳐 이들에 대해 분석해봤다.
◆MZ세대 “우리 사회는 불공정”…공정은 ‘기본권’
실제 SNS 등에서 공정 언급량이 급증한 시기는 사회에서 불공정 이슈가 불거진 시점과 일치한다. LH 사태가 불거진 지난달 ‘공정’ 언급량은 10만3209건으로, 전달(5만7127건)보다 2배가량 늘었다. 최근 3년 사이에 ‘공정’이 가장 많이 언급된 달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2019년 9월(28만7591건)이었다. 임명 당일(9월9일) 하루에만 2만9379건 등장했다.
공정에 대한 열망은 젠더 갈등으로도 이어진다. MZ세대 여성들은 최근 수년간 불거진 젠더 이슈를 통해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다. 반면 남성들은 이런 불평등한 구조를 인정하면서도 제도적 지원이 여성에 집중된다며 ‘역차별론’을 펴기도 한다.
여성 박모(26)씨는 “‘n번방’ 사건은 나와 지인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젠더 이슈가 추상적 담론이 아닌 우리 세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인식했다”며 “성평등 의식이 전과 달라지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은비(23)씨도 “고용이나 임금에서도 성별 격차가 해소되지 않아 가정과 일터 모두 여성에게 불리한 구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MZ세대가 협소한 의미의 공정만 강조해, 차별적 구조의 개선이나 사회적 연대는 간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대기업의 성과급 산정 기준 논란이나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에서 보듯 ‘절차적 공정’에 지나치게 몰두한다는 것이다. MZ세대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생 김서하(20)씨는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서서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야 공정한 사회”라면서 “제대로 경쟁할 수 없는 약자에게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는 건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MZ세대가 말하는 공정성의 기반에는 능력주의가 있다”면서 “기성세대가 MZ세대의 문제 제기를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거나 각자도생하자는 식으로 극단적인 개인주의로 가게 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과)도 “진정한 의미의 공정은 소수자에 대한 우대인데 능력주의에 따른 차별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공정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유지혜·이종민·구현모·김병관·이정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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