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중국의 자존심, 한국의 자존감
인터넷 시대 문화의 전파 못막아
기생충·미나리 등 세계에서 인정
한류 융성 땐 '한한령' 무색할 것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에 며칠 전 자국 영화 관련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문제는 기사에서 중국 영화 개봉에 대해 “중국과 한국 간 문화적 소통이 증가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밝힌 점이다. ‘소통’의 의미를 아는 건가 의문이 든다.
또 평론가 등의 발언을 인용해 “5년 전처럼 자국 문화 시장이 ‘한류’에 지배되진 않을 것”이라며 “한·중 문화 교류의 해는 보다 평등한 협력을 바탕으로 보다 심도 있는 콘텐츠 협력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5년 전이란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확정된 후 중국이 ‘한한령(限韓令)’을 시행하기 전을 말한다. 중국 정부는 줄곧 지난 5년간 ‘한한령은 없다’는 되지도 않는 말을 해왔지만, 중국에서 각종 한국 관련 영화나 드라마 등은 공식적으로 접할 수 없다.
심지어 중국 자본이 투입된 중국 영화 ‘캣맨(Catman)’은 아이돌 그룹 엑소의 오세훈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이유로 지난 3월14일 개봉 날짜까지 잡혔지만 상영되지 못했다. 중국 영화의 한국 개봉이 ‘양국의 문화적 소통 증가’라고 말하는 것은 몰염치의 극치다.
인기 웹툰 ‘목욕의 신’을 영화화하려던 한국 제작사가 중국 투자사와 논의하던 중 연출을 맡은 중국 감독이 관련 시나리오를 중국에 본인 저작물로 등록해 ‘목욕의 왕’이란 제목으로 개봉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한국 제작사의 항의에도 중국 측은 ‘모르쇠’다. 중국의 ‘심도 있는 콘텐츠 협력’이란 이런 의미인가 싶다.
중국 한한령에 맞서 한국에서도 ‘한중령(限中令)’이 거세지고 있다. 차이라면 중국은 공산당이 지시해서, 한국은 국민들이 자발적이라는 점이다. 최근 드라마 ‘조선구마사’ 폐지와 ‘빈센조’의 중국 ‘PPL(제품간접광고)’ 제거 등이 기저에 깔린 반중 정서가 표출된 사례다. ‘중국’이 관련돼 있으면 무조건 반대할 정도로 감정이 악화하고 있다.
중국엔 거대 시장과 자본이 있다. 가장 많은 관광객이 한국을 찾고, 영화 등에서는 ‘중박’만 터져도 한국의 ‘대박’만큼 수입을 거둘 수 있는 곳이다. 우리 기업들에게 분명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아니면 안 된다 정도로 절박한 것 역시 아니다.
인터넷이 생활화된 요즘 문화란 전파를 강요하거나 막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의 6·25전쟁 발언에 발끈해 노래와 상품 등을 막아보려 기를 썼지만 BTS의 영향력에 꼬리를 내렸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엔 한국 드라마와 예능 등의 시청률이 매일 올라온다. 한국의 영화, 드라마, 노래 등은 거의 실시간으로 불법 사이트 등을 통해 중국어로 번역돼 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이 굳이 ‘한한령’을 고수하는 것은 괜한 ‘자존심’ 문제인가 싶다.
문재인정부가 ‘한한령’ 해제만이 정답인 것처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에 목매는 듯한 모습도 탐탁지 않다. 시 주석 방한과 한한령 해제를 마치 중국의 ‘시혜’처럼 느끼게 하는 현재의 외교정책은 한류 등으로 한층 높아진 국민의 자존감을 건드릴 수 있다.
‘기생충’과 ‘미나리’는 중국인이 보지 않아도 세계에서 인정을 받았다. BTS와 블랙핑크의 노래는 중국 자본이 없어도 세계에 울려 퍼졌다. 당장은 아쉬워도 한류 등 문화 수준이 더 융성해진다면 중국이 한한령이란 말조차 꺼내지 못할 때가 올 것이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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