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로 그려낸 경이로운 세계..일상이 역사가 되다!
[앵커]
늘 창작에 몰두하는 화가들에겐 자신만의 특별한 소재와 기법을 찾아내는 일이 항상 고민일 텐데요.
평범한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을 특별한 기법으로 표현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주사기에 물감을 넣어 수십만 개의 점을 찍는 고된 작업으로 그림을 완성하는데요.
김석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뭔가에 묶여 있는 한 떨기 튤립.
왜 갇힌 걸까?
["아침에 산책을 다니는데 그 동네에 튤립을 잘 키우시는 아주머니가 있어요. 갑자기 튤립을 그려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 날짜를 검색을 했더니."]
["이날은 프리다 칼로가 죽은 날이에요. 여성 작가인 약자였고 거기에다가 신체도 건강하지 못했고..."]
불굴의 예술가를 향한 존경을 담아 화가는 꽃을 그려 넣었습니다.
[윤종석/화가 : "척추가 안 좋았잖아요. 이게 보호구거든요. 그걸 이제 튤립에다가 합쳤죠."]
화사한 꽃 풍선과 엮인 황금 권총.
꽃 풍선을 만난 그 날이 바로 전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의 사형이 집행된 날이었고, 황금 권총은 그의 유품이었습니다.
[윤종석/화가 : "후세인이 누렸던 권력과 찬란한 시간들이 풍선을 만나면 가볍고 금방 사그라들고 건들면 터져버리는 허약한 존재가 되어 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아, 우리의 삶이라는 게 어쩌면 이렇게 덧없거나 헛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화가는 그렇게 일상에서 채집한 것들을 기록하고 거기에 역사의 기억을 얹었습니다.
[윤종석/화가 : "우리는 지금 현재만 보고 살죠. 현재에만 관심이 있고. 그게 아니라 과거의 어떤 것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현재를 만났을 때 새로운 어떤 것들이 만들어진다는 그런 것들을 같이 담았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었어요."]
커다란 캔버스 위에 그려진 선명한 이미지.
그런데 가까이 다가서면 깨알 같은 점들이 보입니다.
주사기에 물감을 넣어 수십만 개의 점을 일일이 찍은 겁니다.
정직한 노동의 대가는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윤종석/화가 : "딱 한 자리에서 보는 게 아니고 왔다 갔다 하면서 보이는 그림의 형태, 질감, 느낌이 다르게 다가올 때가 제가 느끼는 점에 대한 매력이고, 그래서 점 작업을 또 계속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평범한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을 비범한 기법으로 승화시킨 작가의 신작 40여 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김보현/영상편집:양다운/문자그래픽:기연지/화면제공:아이프 아트매니지먼트
김석 기자 (stone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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