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로 그려낸 경이로운 세계..일상이 역사가 되다!

김석 2021. 4. 1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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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늘 창작에 몰두하는 화가들에겐 자신만의 특별한 소재와 기법을 찾아내는 일이 항상 고민일 텐데요.

평범한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을 특별한 기법으로 표현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주사기에 물감을 넣어 수십만 개의 점을 찍는 고된 작업으로 ​그림을 완성하는데요.

김석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뭔가에 묶여 있는 한 떨기 튤립.

왜 갇힌 걸까?

["아침에 산책을 다니는데 그 동네에 튤립을 잘 키우시는 아주머니가 있어요. 갑자기 튤립을 그려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 날짜를 검색을 했더니."]

["이날은 프리다 칼로가 죽은 날이에요. 여성 작가인 약자였고 거기에다가 신체도 건강하지 못했고..."]

불굴의 예술가를 향한 존경을 담아 화가는 꽃을 그려 넣었습니다.

[윤종석/화가 : "척추가 안 좋았잖아요. 이게 보호구거든요. 그걸 이제 튤립에다가 합쳤죠."]

화사한 꽃 풍선과 엮인 황금 권총.

꽃 풍선을 만난 그 날이 바로 전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의 사형이 집행된 날이었고, 황금 권총은 그의 유품이었습니다.

[윤종석/화가 : "후세인이 누렸던 권력과 찬란한 시간들이 풍선을 만나면 가볍고 금방 사그라들고 건들면 터져버리는 허약한 존재가 되어 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아, 우리의 삶이라는 게 어쩌면 이렇게 덧없거나 헛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화가는 그렇게 일상에서 채집한 것들을 기록하고 거기에 역사의 기억을 얹었습니다.

[윤종석/화가 : "우리는 지금 현재만 보고 살죠. 현재에만 관심이 있고. 그게 아니라 과거의 어떤 것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현재를 만났을 때 새로운 어떤 것들이 만들어진다는 그런 것들을 같이 담았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었어요."]

커다란 캔버스 위에 그려진 선명한 이미지.

그런데 가까이 다가서면 깨알 같은 점들이 보입니다.

주사기에 물감을 넣어 수십만 개의 점을 일일이 찍은 겁니다.

정직한 노동의 대가는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윤종석/화가 : "딱 한 자리에서 보는 게 아니고 왔다 갔다 하면서 보이는 그림의 형태, 질감, 느낌이 다르게 다가올 때가 제가 느끼는 점에 대한 매력이고, 그래서 점 작업을 또 계속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평범한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을 비범한 기법으로 승화시킨 작가의 신작 40여 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김보현/영상편집:양다운/문자그래픽:기연지/화면제공:아이프 아트매니지먼트

김석 기자 (stone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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