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거래 24조 규모 가상통화..투자자 보호 장치 사실상 '전무'
거래소·해외 송금 등 규정 미비..금감원 "가이드라인 검토"
[경향신문]
가상통화 거래 규모가 개인투자자들의 국내외 주식 거래를 넘어설 정도로 급팽창하고 있으나 이를 규제할 제도는 미비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가상통화의 투기 위험만 강조하는 대신 금융시스템의 혼란이나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실질적 규정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가상통화 관련 해외 송금 문제가 불거지자 가이드라인 마련을 검토 중이다.
가상통화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은 지난 15일 오후 기준 원화 거래(KRW)를 지원하는 14개 거래소의 최근 24시간 거래대금이 216억3126만달러(약 24조1621억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의 3월 하루 평균 개인투자자 거래금액은 각각 9조4261억원, 9조7142억원이다. 업계 추정대로 가상통화 거래의 대부분을 개인이 차지한다고 보면, 개인들의 일일 가상통화 투자 규모(약 24조1621억원)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국내 주식 투자 규모(약 19조1000억원)를 넘어선 것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2월25일까지 4대 가상통화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의 하루 평균 거래금액은 7조946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하루 평균 거래금액(9759억원)의 8배를 넘는다.
반면 제도는 시장의 팽창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해 거래소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책임을 시중은행이 맡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과 시행령에 따라 가상통화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받아야 영업을 할 수 있다. 당국이 구체적 조건이나 기준을 제공하지 않고 있어 계좌 발급 여부를 은행이 자체적으로 기준을 마련해 평가해야 한다. 해당 거래소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은행이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이 입출금 계좌 발급을 꺼리는 군소 거래소들이 갑자기 폐업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위험이 높다.
최근 해외 송금과 관련해 은행 영업점이 겪는 혼란도 이 같은 제도 미비의 단적인 예다.
정부는 이달 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지점으로 ‘가상화폐 관련 해외 송금 유의사항’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은행과 거래가 없던 개인 고객(외국인 포함)이 증빙서류 없이 해외로 보낼 수 있는 최대금액인 미화 5만달러 상당의 송금을 요청하거나 외국인이 여권상 국적과 다른 국가로 송금을 요청하는 경우 거래를 거절하라는 내용이다. 해외 송금액이 급증한 배경에 국내외 비트코인 가격 차이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본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가상통화 관련 해외 송금이 불가하다고 하지만 법령상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직원의 자의적 판단 아래 거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고객 민원 리스크를 은행이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가상통화 거래소 관계자는 “특금법은 자금세탁 방지에만 초점을 맞춘 법으로 투자자 보호, 업계 운영형태, 투명한 시장환경 조성 등에 대한 규정은 전무한 형편”이라면서 “규정이 없으니 코인 가격상승 조작, 공시제 미비에 따른 정보 비대칭성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시중은행 외환담당자들과 비대면 회의를 열고 “해외 송금 관련, 제도적 허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금감원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공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빠른 시일 안에 제도를 시행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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