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신뢰 회복까지..노형욱의 앞날은 '첩첩산중'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으로 다시 들썩이는 서울 집값 '발등의 불'
[경향신문]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의 앞날은 한마디로 ‘첩첩산중’이다. 부동산 시장 불안정은 지속되는 중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인해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다가오는 하반기는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꺼내든 각종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시점이기도 하다.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한다 해도 주택 공급부터 시장 안정, 공시가격 논란 해소, 임대차 3법 및 3기 신도시 안착 등 노 내정자가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가장 급한 건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일이다. ‘2·4 공급대책’ 발표 이후 그나마 오름세가 잦아들던 서울 아파트값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의 4월 둘째 주(12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을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동안 0.07% 올라 첫째 주(0.05%)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노원(0.17%), 송파(0.12%), 강남(0.10%), 양천(0.08%)구 등이 평균을 앞질렀다. 강남 압구정3구역 현대4차 전용면적 117.9㎡는 지난 13일 41억7500만원의 신고가로 거래돼 두 달 전 최고가(40억3000만원)를 넘었다.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여의도, 잠실 등지의 재건축 아파트들도 호가가 오 시장 취임 이전 대비 많게는 2억~3억원가량 높다”고 말했다.
시장의 동요를 차단하려면 국토부와 서울시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오 시장은 취임 직후 “공시가격에 문제가 많으니 인상을 동결해야 한다”며 국토부와 대립 중이다.
노 내정자 입장에서는 오 시장이 ‘적군’인 동시에 협조가 필요한 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공시가격 문제는 부산, 대구, 제주 등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사수하려면 논란이 더 확대되기 전에 노 내정자가 수습해야 한다.
노 내정자는 공시가격 논란 등 ‘발등의 불’을 끄는 것과 동시에 공급확대 정책과 임대차 3법 등 여러 제도의 차질없는 이행과 시장 안착을 이끌어야 한다. 올해 1·2분기에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공공재개발과 2·4대책으로 도입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 선도사업 후보지 선정이 이어질 예정이다. 사업의 성패는 하반기부터 판가름난다. 주민 동의 및 관련 법령 개정 등을 통해 후보지역을 실제 사업지역으로 만드는 ‘실적’을 내야 하는 과제가 노 내정자 앞에 놓여 있다.
오는 6월1일부터는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서 앞서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포함한 임대차 3법이 모두 시장에 적용된다. 예상되는 초기 시행착오를 넘어 제도를 안착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7월부터는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이 처음 실시된다. 정부는 사전청약이 본격화되면 가격 안정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중이지만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등 지역에선 토지보상 문제로 사업이 지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LH 전·현 직원들의 투기 역시 노 내정자가 매듭지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지난달 말 “신도시 입지 선정 업무에서 LH를 배제하겠다”고 언급한 뒤 LH의 조직이나 권한 등의 분산, 이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안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주말 동안 자택에 머문 노 내정자는 첫 출근인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인사청문회를 준비할 계획이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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