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난민' 역풍에 휘청거리는 이탈리아 극우 정치인

윤기은 기자 2021. 4. 1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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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
난민 입항 막은 혐의로 기소
유죄 땐 최대 15년 징역 위기
극우 포퓰리즘 인기도 시들
동맹당 지지율 역대 최저치

반난민 정책으로 한때 이탈리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등극했던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48·사진)가 위기에 처했다. 그는 내무장관이었던 2019년 난민구조선 입항을 막은 혐의로 17일(현지시간) 기소됐고,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15년을 감옥에서 살아야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동맹당의 지지율도 급감했으며,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극우 포퓰리즘의 인기도 줄어들고 있다.

10대부터 이탈리아 극우 단체인 북부동맹의 학생운동을 벌였던 살비니는 불과 20세였던 1993년 밀라노 시의원에 당선됐다. 2010년대 들어 유럽 사회에서는 난민 수용 문제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후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을 잇는 지중해에 있는 이탈리아는 난민의 유럽 진입로가 됐다. 유럽의회 의원을 겸직하던 그는 난민 수용에 반대하며 반난민 정서에 불을 지폈고, 2013년 동맹당 대표 자리까지 꿰찼다.

2018년 6월 주세페 콘테 전 내각의 부총리 겸 내무장관으로 임명된 이후 그는 난민을 쫓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내무장관을 지낸 약 1년3개월 동안 난민구조선 입항을 4차례 이상 막았다. 위험 인물로 간주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이력이 있는 외국인의 난민 지위 신청을 거부하는 일명 ‘살비니령’을 승인했으며, 500명 규모 난민 캠프를 기습적으로 폐쇄했다.

그의 강력한 반난민 정책은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2019년 이탈리아에서 극우주의와 혐오정치에 반대하는 ‘정어리떼 시위’가 일어났다. 수백만마리가 한꺼번에 몰려다니며 덩치 큰 물고기와도 맞서는 정어리떼처럼 다수 시민의 힘을 보여주자는 취지의 살비니 반대운동이었다. 그해 11월 볼로냐 지역에서 시작된 집회는 한 달 만에 전국으로 퍼졌고, 로마 집회 현장에는 10만여명이 운집했다. 살비니 대표를 조롱하기 위해 출간된 백지도서 <살비니는 왜 신뢰, 존경, 찬사를 받을 만한가>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는 이미 정치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9년 그는 콘테 총리를 밀어내고 자신이 총리가 되려 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연정을 맺기로 했던 오성운동이 급작스럽게 민주당과 연정을 맺으면서다. 대중의 관심이 코로나19로 옮겨지며 그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동맹당 지지율은 지난 2일 23%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살비니는 지난 1일 극우 정치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마테유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회동을 갖는 등 극우 동맹을 구성하려 시도하고 있지만 부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국들이 바이든 정부와 손을 잡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는 이들과 연정을 하려는 유럽 정치세력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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