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체코도 "러시아 외교관 18명 추방"

장은교 기자 2021. 4. 1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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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탄약고 폭발사건에 러시아 정보기관 스파이 개입"
서방 국가들 견제 움직임에 동참..EU·나토에 지원 요청

[경향신문]

체코 정부가 러시아 외교관 18명에게 추방을 명령했다. 2014년 발생한 탄약고 폭발사건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개입됐다는 이유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는 등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견제 움직임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TV연설에서 “브르베티체 탄약고 폭발사건에 러시아 정보기관 장교들이 개입했다고 충분히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며 “러시아 외교관 18명에게 추방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얀 하마체크 외무장관도 “조사 결과 러시아 외교관들은 러시아 정찰총국(GRU)과 대외정보국(SVR) 소속 스파이로 드러났다”며 “러시아 외교관 18명에게 48시간 내에 떠나라는 명령을 내렸고, 프라하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의 모든 직원을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4년 10월 프라하 남동쪽에 있는 브르베티체의 탄약고가 폭발해 이곳에서 일하던 직원 두 명이 사망했다. 체코 정부는 이 사건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하마체크 장관은 “폭발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요원 두 명의 사진을 공개하고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며 “이들의 신원이 2018년 영국 솔즈베리 쇼핑몰에서 전직 러시아 요원 세르기아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독살 공격을 당한 사건의 용의자와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2018년 사건 발생 후 영국 경찰은 “두 명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들은 러시아 정보국 요원”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당시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했다. 체코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2014년 체코에서 폭발사건을 일으킨 러시아 요원들이 2018년 영국에서도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인테르팍스통신은 17일 “러시아 정부는 모스크바 주재 체코 대사관의 폐쇄를 검토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맞대응을 예고했다.

체코 정부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은 지난주 러시아 정보국이 해킹으로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이유로 조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 외교관 10명을 추방하는 등 제재 조치를 발표한 직후 나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조치를 지지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군사행동을 개시한 것을 두고도 대립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체코 정부의 이번 조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통제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 물결에 동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마체크 장관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체코는 주권국가로서 이렇게 대응해야 한다”며 “EU와 나토에 이런 사실을 알리고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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