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불매 운동
[경향신문]
일본의 수출 규제 등 경제 보복 조치로 인해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노 저팬)이 촉발된 직후인 2019년 7월 일본 의류기업 유니클로의 임원이 “한국의 불매 운동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위기 파악 못한 이 말은 불매 운동의 불쏘시개가 됐다. 그렇게 무시한다니 더 안 사겠다는 공감대가 퍼져 나갔다. 이후 유니클로는 서울 명동·강남·홍대 등 주요 상권의 대형 점포를 포함한 매장 40여곳을 폐점했다. 또 지난해 매출은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코로나19도 물론 변수로 작용했겠지만 불매 운동의 타격이 실제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진행 중인 ‘노 저팬’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때문이다. 김철우 전남 보성군수는 엊그제 일본의 결정을 규탄하며 “2019년 수준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보성에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물건을 사지 않는 것으로 제조국이나 제조사에 대한 항의를 표시하는 불매 운동은 장기간 지속되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노 저팬’은 이례적이다. 국내 불매 운동의 첫 성공 사례로 꼽히는 2013년 남양유업 갑질 사태 때부터 쌓인 소비자 행동 경험이 바탕이라는 분석이 많다.
남양유업은 그해 5월 대리점주에 대한 욕설과 밀어내기식 강제 할당 등 갑질 사실이 알려지며 소비자 불매 운동에 직면했다. 제품 목록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매출은 꾸준히 떨어졌고 2018년에 업계 2위 자리를 경쟁사에 빼앗겼다. 그랬던 남양유업이 8년 만에 또다시 대대적인 불매 운동을 맞았다. 자사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과장 홍보해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시중에 대혼란을 일으키고도 정부 당국에 고발되고나서야 뒤늦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정도로 사과한 것도 화를 키웠다.
소비자들은 “남양이 남양했다” “믿거남(믿고 거르는 남양)” “불매할 일만 만드는 회사”라며 8년 전과 다름없는 회사 측의 얄팍한 상술과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회사는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요즘 소비자는 예전처럼 얼렁뚱땅 속일 수 없다. 소비자 불매 운동은 민심이다.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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