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거래액 주식 넘어선 가상통화, 방관이 능사가 아니다

2021. 4. 1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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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의 현황판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투기성 자금이 몰리면서 가상통화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상통화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은 1년 새 7배나 올라 최근 7000만원을 넘어섰다. 거래 규모도 폭증해 가상통화 하루 거래액이 24조원을 넘어서면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전체 주식 거래액을 추월했다. 가상통화 가격은 변동성이 극심하다. 18일 비트코인 가격은 터키가 가상통화 거래를 금지했다는 이유로 한때 10%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코인)은 등락폭이 더욱 크다. 지난 16일 도지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2배 오르고 거래대금만 15조원에 육박했다.

자산 시장에 몰려든 자금에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이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가상통화 시장도 마찬가지다. 가상통화 시장의 팽창은 기본적으로 풍부한 시중 유동성 탓이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금을 풀고 금리를 낮췄는데 이 돈의 상당량이 가상통화 시장으로 흘러간 것이다. 특히 20·30대 젊은층이 가상통화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한국에서 가상통화는 해외보다 5~10%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까지 형성됐다. 노동소득으로는 전셋집 마련도 어렵다는 위기감이 가상통화 투기를 부채질한 면도 있다.

그러나 가상통화는 정식 화폐나 금융 투자상품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 화폐와 혼용되고 있지만 화폐가 아니다. 가격 변동이 워낙 심해 교환 수단으로 부적절하고 가치 척도 구실도 하지 못한다. 반면 불법 행위나 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 변화에 따라 가격이 폭락할 위험성이 높다. 개인은 투자든 채굴이든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하에 신중히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가상통화 관련 법·규정 제정에 소극적이었다. 자칫 정부가 가상통화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상통화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해 거래소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책임도 시중은행에 맡겼다. 가상통화와 연계된 해외송금 문제도 사실상 수수방관했다. 하지만 가상통화의 하루 거래대금이 2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런 거래를 방치만 할 수는 없다. 금융시스템의 혼란과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갖춰야 한다. 가상통화 거래소의 안전성 등을 평가하고, 가상통화 거래소가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처벌하는 제도 등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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