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슈줌] 화재로 소실된 장애인시설이 119원으로 복구된 '어메이징 스토리'

박수진 2021. 4. 1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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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은 현장에서 본 안타까운 장면을 기억하고 있거든요. 동료들끼리 얘기하다 보면 다들 비슷한 기억들이 있더라고요. 갑작스럽게 피해를 본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시작했어요."

홍현의 소방관(인천 영종 소방서)은 지난 2월 인천 중구 무의도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화재조사관인 홍 소방관은 관할 구청이나 적십자 등 행정기관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하다 119원의 기적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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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TV] it슈줌 인터뷰
인천소방본부 기부 프로젝트 '119원의 기적'
하루 119원이 월 3570원으로..2억2천만원 모금
한겨레TV 썸네일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본 안타까운 장면을 기억하고 있거든요. 동료들끼리 얘기하다 보면 다들 비슷한 기억들이 있더라고요. 갑작스럽게 피해를 본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시작했어요.”

서영재 소방관(인천소방본부 소방행정과)이 입술을 뗐다. 그는 2019년 8월 동료들에게 기부 프로젝트 ‘119원의 기적’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1인당 하루 119원씩, 매달 3천570원씩 모아보자는 생각이었다. 커피 한 잔 값이 모이면 재난 피해자를 돕는 마중물이 될 것 같았다.

서영재 소방관(인천소방본부 소방행정과). <한겨레TV> it슈줌 인터뷰 화면 갈무리

‘잘 될 수 있을까?’ 처음엔 서 소방관조차 반신반의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제안한 첫 달, 1천여 명이 참여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함께 하겠다는 이들이 늘어 지금은 4천여 명(2021년 4월)이 참여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직원 2천800명에 시민과 기업 직원들도 매달 ‘119원의 기적’에 동참하고 있다. 2년 사이 기부금 2억2천만 원이 쌓였다. 이중 절반은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35가구에 전달됐다. 긴급 생계비와 재활 치료비, 화재 피해 복구비, 심리 정서 상담 비용 등을 세심하게 살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사람들을 우선 순위로 수혜자가 선정됐다. 매달 열리는 인천소방본부 심의위원회가 현장 소방대원들이 추천한 대상자들을 심사해 기부금 수혜자를 결정한다.

서 소방관은 첫 기적이 실현된 순간을 잊지 못한다. 2019년 10월 인천 강화도에 있는 발달장애인 직업 재활시설 우리마을에 큰불이 났다. 발달장애인 50명이 일하던 건물이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화재 피해 복구비 1천만 원을 지원했다. 우리마을은 지난 14일 불탄 건물을 다시 세웠다.

정석환 소방관(인천 미추홀 소방서 119구조대). <한겨레TV> it슈줌 인터뷰 화면 갈무리

“살다 보면 무뎌지는 것뿐이지 잊을 수는 없더라고요.”

119원의 기적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소방관들에겐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한겨레TV>가 인천소방본부에서 만난 소방관들은 기억 속에 살아 숨 쉬는 현장을 담담히 들려줬다. 119구조대에서 근무하는 정석환 소방관(인천 미추홀 소방서)은 현장에 출동할 때 번번이 복지의 사각지대를 마주친다. 최근 그는 이웃의 신고로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은 집을 찾아갔다. 경찰 협조를 받아 현관문을 열었을 때 아이는 혼자 잠들어 있었다. 수소문 끝에 부모와 연락이 닿았지만,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아이들을 현장에 두고 뒤돌아설 때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홍현의 소방관(인천 영종 소방서 화재조사관). <한겨레TV> it슈줌 인터뷰 화면 갈무리

홍현의 소방관(인천 영종 소방서)은 지난 2월 인천 중구 무의도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화재 피해자인 장애인 노부부는 비닐하우스에 살면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불길은 순식간에 비닐하우스를 집어삼켰다. 몸이 불편한 이들 부부가 당장 복용해야 하는 약도 잿더미가 됐다.

화재조사관인 홍 소방관은 관할 구청이나 적십자 등 행정기관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하다 119원의 기적을 떠올렸다. 노부부는 화재 피해 복구비와 긴급 생계비, 의료비 등 500만원을 지원받아 한시름을 덜었다. 홍 소방관은 “하루 119원이 어떻게 보면 적은 돈이지만 수혜자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19원의 기적은 앞으로 어린이 화상 환자와 화상 환자 인식 개선 사업 등으로 지원 대상을 넓힐 예정이다. 또 집수리 봉사 활동을 하는 학생들과 함께 화재로 소실된 집을 다시 세우는 목표도 갖고 있다. 이 캠페인은 인천소방본부 누리집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한겨레TV> ‘it슈줌 인터뷰’는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좋은 어른’을 만나고 싶습니다. 전국으로 달려갑니다. 제보 기다립니다. jjinpd@hani.co.kr

취재 : 박수진 jjinpd@hani.co.kr

촬영 : 박성영 권영진 안수한

편집·썸네일 : 문석진

CG : 문석진 박미래

자료 영상 : 인천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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