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기사와 IT로 소통.. '따뜻한 동행' [밀착취재]
박지원 2021. 4. 1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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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서울 도심 한복판을 가르며 고요한 '침묵' 한 대가 달린다.
좁은 차 안에서 흔히 오가는 불편한 정치 이야기도 신변에 대한 무례한 질문도, 라디오 소음도 없다.
"안녕하십니까. 청각장애인이 운행하는 택시입니다." 택시 문을 열자 이번엔 기사의 목소리를 대신한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고요한 택시 운영사인 사회적기업 코액터스의 송민표 대표는 "해외에서는 청각장애인들이 운수업에서 많이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고요한 택시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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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장애인의 날.. 사회적기업 코액터스 '고요한 택시' 타보니
앱으로 호출.. 태블릿으로 대화
불편한 사적 대화 없이 조용히 가
낯설어했던 고객들 내릴 땐 응원
50대 신입 기사 "적성에 맞아 기뻐"
'직업선택권' 확장.. 서비스 4년차
앱으로 호출.. 태블릿으로 대화
불편한 사적 대화 없이 조용히 가
낯설어했던 고객들 내릴 땐 응원
50대 신입 기사 "적성에 맞아 기뻐"
'직업선택권' 확장.. 서비스 4년차
시끌벅적한 서울 도심 한복판을 가르며 고요한 ‘침묵’ 한 대가 달린다. 좁은 차 안에서 흔히 오가는 불편한 정치 이야기도 신변에 대한 무례한 질문도, 라디오 소음도 없다. 청각장애인이 운행하는 ‘고요한 택시’ 이야기다.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택시는 어떤 모습일까.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앞둔 18일 고요한 택시에 올랐다.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고요한 택시를 운영하는 코액터스 사무실(서울 강남구 역삼동)까지 택시 이용을 예약했다. 잠시 뒤 “안녕하세요? 예약 장소에 왔습니다. 지하주차장 2층입니다”라는 메시지가 왔다. 기사 김성균(50)씨가 보낸 메시지였다.
“안녕하십니까. 청각장애인이 운행하는 택시입니다.” 택시 문을 열자 이번엔 기사의 목소리를 대신한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기사와의 소통은 조수석 뒤에 달린 태블릿으로 가능했다. 태블릿 화면의 ‘기사님께 말하기’ 아이콘을 누르면 기사에게 전할 말을 보낼 수 있었다. 키보드로 입력하거나 태블릿 화면에 손글씨를 쓸 수도 있고, 음성 입력도 가능했다. ‘여기서 내릴게요’를 눌러 하차 지점을 손쉽게 조율할 수도 있다.
목적지 도착 전, 음성인식 기능을 통해 “어느새 다 와 가네요”라고 말을 건네자 태블릿 화면에 “10분 후 도착합니다”라는 답이 왔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감사 인사를 전하자 따뜻한 눈웃음과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돌아왔다. 택시 탑승 전에는 혹시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했으나 모든 것이 물 흐르듯 매끄러웠다.
운전경력 24년이라는 김씨는 입사 한 달째인 신입 택시기사다. 그 전에는 자동차 부품 판매업을 하다 창틀 작업 관련 일을 하기도 하고, 의류 회사에도 다녔다. 새로운 직장을 찾던 중 우연히 택시기사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도전하게 됐다. 경력은 얼마 안 됐지만 김씨는 택시기사가 ‘적성에 딱 맞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택시기사를 한다고 하니 가족들도 걱정이 많았지만 일을 하고 제가 밝아진 모습을 보며 가족들도 좋아한다”며 “직업을 선택할 때 장애 때문에 포기할 때가 많은데, 새로운 선택지가 생겨서 기쁘다”고 전했다. 승객들의 반응도 좋다. 처음 택시를 탔을 땐 어색해하기도 하지만, 내릴 땐 따뜻한 응원의 말을 전하는 이들이 많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고맙다며 간식거리를 건네는 승객도 있었다. 김씨뿐만 아니라 승객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인 것이다.
고요한 택시 운영사인 사회적기업 코액터스의 송민표 대표는 “해외에서는 청각장애인들이 운수업에서 많이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고요한 택시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의 직업 선택권은 여전히 좁은 것이 현실이다. 2018년 시작된 고요한 택시는 장애인 직업 선택권을 확장한 의미있는 성공모델로 평가받는다. 송 대표는 “청각장애인 택시기사가 사회적으로 낯선 존재인 만큼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어려움도 있었다”면서도 “많은 이들의 지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고요한 택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접점’이 되기를 바란다. 그는 “한국 사회에 깔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접점이 적은 탓도 있다”며 “택시에서 비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자연스럽게 만나면 장애인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는 특별하거나 특이한 것이 아니고,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며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와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이와 함께 탄 부모님들이 ‘장애인에 대한 아이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다’는 글을 올려주신 걸 보고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장애인들이 진출하는 영역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박지원·장한서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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