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금융 손떼는 美씨티그룹.. 한국씨티 매물로 나오나
기업금융 중심 사업 재편 예고
자산관리 등 경쟁력.. M&A 전망
매각 무산땐 사업 접을수도
미국 씨티그룹이 2004년 한국 소매금융시장에 진출한 이후 17년만에 손을 뗀다. 수익성 악화가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개인·카드 고객 규모가 기존 금융사에도 매력적이라는 점을 볼 때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인수자가 마땅치 않으면 사업 자체를 접는 방식도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지난 1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한국을 비롯한 13개 지역의 소비자 프랜차이즈(소매금융) 출구전략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제인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싱가포르와 홍콩 등 4개국에서만 아시아와 EMEA(유럽·중동·아프리카)의 소비자 금융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 역시 수익을 개선해야 할 사업부문에 투자와 자원을 집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금융사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 내 사업을 재편·강화하고 고객들을 지원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국내에 진출한 씨티은행은 2014년, 2017년에도 철수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매번 해프닝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룹 최고경영자가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사업 정리는 불가피한 수순이 됐다. 지난 2018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수익 규모가 철수 배경으로 분석된다.
한국씨티은행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대비 32.8% 감소했다. 시중은행이 4~10%대 감소한 점과 비교하면 유달리 감소폭이 크다. 리테일부문이 부진했던 까닭이다. 씨티은행은 기업·개인·카드로 사업부문을 나누고 있는데, 지난해 개인금융에서 거둔 당기순이익은 148억원으로 전년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2018년(720억원)에 비하면 2년만에 80%가 급감했다. 기업금융도 지난해 33% 줄긴했으나 앞서 2년 연속 2000억원대 순익을 내는 등 은행 내 비중 차이가 확연하다.
구체적인 사업 철수 방식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인수합병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자산은 지난해말 기준 16조9000억원으로 전 시중은행 리테일자산의 2.7% 수준으로 규모가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소수 점포 중심의 고액 자산가 대상 자산관리(WM) 영업에 강점이 있어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된다.
지난해 자산관리부문에서는 창립 이래 최대 성장을 기록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개인대출 자산은 12조원으로 전년대비 9%가량 성장했는데,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OK금융 계열사 OK저축은행(9조162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신용카드 자산 역시 1조8000억원가량으로 하나카드 자산의 20%를 넘을 정도로 규모가 작진 않다.
지난 2014년 희망퇴직과 2017년 점포 통폐합 등으로 효율성을 높인 점도 매력 요인이다. 씨티은행의 점포당 평균 예수금 확보 실적은 7540억원으로 3000~4000억원대 수준인 시중은행의 두 배 수준이다. 소매금융 점포와 담당 임직원 수는 각각 36개, 939명에 그친다. 다만 고임금자가 많아 시중은행 대비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높다는 점 등은 걸림돌이다.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사업 자체를 접는 방식도 있다. 지난 2013년 국내 소매금융 사업을 접은 한국HSBC의 경우 서울지점 한 곳을 제외한 모든 지점을 폐쇄했다. 소매금융 부문 전체 직원의 대부분을 명예퇴직 형식으로 정리했다. 당시 매각도 추진했지만 무산되면서 사업 자체를 접었다.
사업 정리 방안과는 별개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가입자가 수십만명에 이르는 재테크 카페에는 "최근 펀드와 적금에 가입했는데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하다", "기존에 만든 카드를 정리해야 하는 건가"와 같은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씨티은행 측은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고객 서비스에 변동은 없으며 대고객 업무는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씨티그룹의 계획 발표 직후 "소비자 불편 최소화와 고용 안정, 고객 데이터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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