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입양된 한국계 쌍둥이, 36년 만에 극적 재회
[경향신문]
갓난아기 때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36년 만에 극적으로 재회했다.
미국 ABC 방송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는 16일(현지시간) 영화같은 사연을 소개했다. 한국 출신 입양아로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살고 있던 몰리 시너트(36)는 얼마 전 DNA 검사를 받았다. DNA 검사를 진행한 연구소는 “당신과 DNA가 49.96% 일치하는 11세 소녀가 발견됐다”며 “이 소녀는 당신의 딸로 추정된다”는 검사 결과를 시너트에 통보했다. 하지만 시너트는 자식을 낳은 적이 없어 의아해했고, 자신과 유전자가 상당 부분 일치하는 소녀 이사벨을 만났다.
알고 보니 이사벨은 시너트의 일란성 쌍둥이 에밀리 부쉬넬(36)의 딸이었다. 부쉬넬 역시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돼 필라델피아주에서 살고 있었다. 이사벨은 엄마의 가족을 찾기 위해 시너트와 비슷한 시기에 자신의 DNA 검사를 의뢰했다. 부쉬넬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이사벨이 DNA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했지만, 썩 내키지 않아 딸보고 대신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고 밝혔다.
생후 3개월 만에 각각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 두 사람은 36년 동안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모른 채 지내왔다. 부쉬넬은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고, 멋지게 잘 살았지만 늘 무언가 단절된 느낌이 있었다”며 “(자매를 찾은 이후) 마음 속 구멍이 갑자기 메워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게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모든 게 분명해졌다. 이제 모든 게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두 자매는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사진을 주고받아보니, 외모는 물론 옷 입는 스타일, 포즈 등이 비슷한 사진이 많았다.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 무도회 때 찍은 사진 속에서 둘은 비슷한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고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온라인 상에서만 연락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지난달 29일 다가온 36번째 생일을 맞아 처음으로 직접 만났다. 부쉬넬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36년간 내 쌍둥이 자매와 지낼 수 있었던 시간을 잃어버리긴 했지만 앞으로 펼쳐질 시간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두 자매는 조만간 함께 한국을 방문해 입양 오게된 사연을 알아볼 계획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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