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들, 국내 일본정부 재산 찾는다

이희진 2021. 4. 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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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측이 손해배상금 추심을 위해 일본 정부가 국내에서 소유하고 있는 재산 목록을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최근 법원에 재산명시를 신청했다.

오는 21일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소송 선고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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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배소 승소 후 배상금 추심위해
중앙지법에 日 재산목록 확인 신청
수용 땐 日자산 강제집행에 속도
21일엔 피해 할머니들 2차 선고
1차 때처럼 주권면제 원칙 쟁점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고 배춘희 할머니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올 1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측이 손해배상금 추심을 위해 일본 정부가 국내에서 소유하고 있는 재산 목록을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최근 법원에 재산명시를 신청했다. 법원이 요청을 받아들이면 국내에 있는 일본 자산 강제집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1일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소송 선고도 예정돼 있다. 법원이 또다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1차 소송 원고들을 대리한 김강원 변호사는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일본 정부의 국내 재산명시를 신청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13일 일본 정부의 재산명시를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는 “원고들은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보이며 피해를 배상받지도 못했다”며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시했다.

재산명시는 일본 정부가 국내에 어떤 재산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로, 재산 강제집행을 하기 위한 첫 단추다. 아직 원고 측의 재산명시 신청이 받아들여지진 않았으나, 신청이 인용되면 위안부 피해 할머니 측은 강제집행이 가능한 재산을 추리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별도로 민사34부는 지난달 29일 일본 정부에 ‘국고의 상대방에 대한 추심’ 결정을 내리고 이를 공시 송달했다. 국가가 소송구조를 통해 피해자 대신 내준 소송비용을 패소 당사자인 일본 정부로부터 회수하기 위한 조치다. 배춘희 할머니 등은 소송구제 제도를 통해 국가에서 소송비용을 지원받아 이번 소송을 진행했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기자회견에서 모자와 목도리를 두른 평화의 소녀상 뒤에 김 할머니의 활동이 담긴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오는 21일엔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민성철)가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유족 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판결을 선고한다. 지난 1월 열린 재판과 같은 취지의 소송이다.

이 재판의 핵심 쟁점도 지난 재판과 마찬가지로 ‘주권면제 원칙’이 위안부 문제에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다. 일본은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주권면제 원칙을 근거로 소송에 무대응으로 일관해왔지만, 지난 1월 법원은 “위안부 제도는 일본제국에 의해 계획적,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주권면제 원칙을 인정하지 않았다.

2차 소송을 진행 중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 측 대리인들도 지난달 열린 변론기일에서 “자국민이 외국에서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했을 때 국적국은 해당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주권면제 원칙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재판에서 주권면제 원칙의 예외가 인정된 만큼 이번 재판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른 재판부가 사건을 심리하고 있어 정반대의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초 민사15부는 지난 1월13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었지만 민사34부 재판이 나온 뒤 변론을 한 차례 더 재개했다. 당시 법원은 “재판부가 사건 판단을 위해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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