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들 "우리가 AZ소진 마루타냐" 백신 접종 앞당기자 반발
“경찰이 백신 마루타(인체 실험 대상자) 인가요?”
질병관리청이 지난 16일 원래 6월 예정이었던 경찰의 코로나 백신 접종 일정을 4월말로 갑자기 당기기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 “안전성 문제가 많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처리하려고 경찰을 동원하는 거냐”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원래 오는 6월 외근직이나 민원인 접촉이 있는 인원 중 접종 희망자를 우선순위에 두고 순차적으로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16일 질병청은 돌연 경찰의 백신 접종 일정을 2개월 앞당기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백신 접종 예약 기간은 4월 19~24일, 접종기간은 4월 26일~5월 1일이다. 여기에 발맞춰 경찰청이 지난 16일 서울 등 전국 지방경찰청에 백신 접종 준비를 시작하라고 지시하면서, 젊은 경찰들을 중심으로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서울경찰청의 경우 각 부서와 시내 경찰서와 기동대 등에 “19일 오전 9시까지 백신 접종조를 편성해 알려달라”고 했다. 또 개인별로 접종을 희망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조를 짜서 백신을 맞을 준비를 하고, 경찰서장이나 기동대장 등 주요 간부는 솔선수범한다는 차원에서 오는 26일 먼저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젊은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국민들이 AZ 백신을 거부하니 남는 물량을 경찰 등 필수인력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월 의료진 등 사회필수인력에 대해 AZ 백신을 처음 접종할 때도 비슷한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AZ 백신과 관련해 ‘혈전(血栓)’ 등 구체적인 부작용까지 언급된데다, 정부가 만 30세 미만자에 대한 접종을 중단하기까지 한 상황이라 일선 경찰의 불안은 더 큰 상태다.
한 과장급 간부는 “이런 와중에 경찰에게 AZ백신을 먼저 접종하겠다니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기 어려운 집단부터 AZ를 맞게 해 백신을 소진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마저 나온다”고 했다.
또 접종 희망자를 따로 고르지 않고 일괄적으로 조를 짜서 백신을 맞을 준비를 하라고 한 것에 대한 불만도 크다. 30대 초반의 한 경위는 “30대 미만은 위험하다고 AZ를 맞지 말라고 한 것 때문에 사실 접종을 안 하고 싶지만, 집회 현장 등 밖에서 근무하는 일이 많다보니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고 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경찰 등 사회필수인력에 대한 접종 계획 조정안을 오는 19일 발표할 예정이라 여기에 맞춰 백신 접종 일정을 경찰에도 통보한 것”이라며 “상반기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접종해 속도를 내는 동시에 현재 보유하고 있는 백신 재고량을 줄이고 폐기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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