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미·중 패권경쟁 위기 속 기회 잡아라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시장에 격랑이 일고 있다. 차량으로 시작해 가전과 스마트폰 등으로 공급부족이 확산되면서, 반도체가 국가 경쟁력의 필수 요소로 떠올랐다. 이에 세계열강은 반도체를 단순 부품이 아닌 국가 안보를 위한 인프라로 보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동맹을 중심으로 한 합종연횡도 강화화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했다. 한국도 관련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있고, 정부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미국 공급망 재편 신호탄
반도체 패권 경쟁의 본격 신호탄을 쏜 것은 미국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반도체 공급망 복원 화상회의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들어 보이면서 “이런 칩과 웨이퍼, 배터리는 모두 인프라다”고 말했다. 반도체를 국가 기반시설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삼성전자와 인텔 등 반도체 기업은 물론 포드, GM 등 19개 글로벌 기업이 참석했다. 구체적인 요청은 없었지만 사실상 관련 기업들에 투자 압박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견제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야 상·하원 의원들에게 받은 반도체 지원 주문 서한을 소개하면서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 계획을 갖고 있다”며 “중국과 다른 나라들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미국이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중국 견제는 계속 이어졌다. ‘중국 견제’를 위한 협력 의지를 나타낸 16일 미일 정상회담에선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고, 16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나온 첫 환율 보고서에는 반도체 중요 공급망인 대만을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미국 기업들도 화답에 나섰다.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 기업(IDM) 인텔은 백악관 화상회의 후 언론 인터뷰에서 “6~9개월 내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목표로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앞서 200억 달러(약 22조 원)를 투자해 공장 2곳을 신설하기로 하는 등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각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약 2조25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안 중 500억 달러(약 56조 원)를 반도체 산업 지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자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해 반도체 설비투자액의 40%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 정책도 마련했다.
중국은 2015년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10년 동안 1조 위안(약 172조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중국 반도체 시장의 70%를 국내 제조업체들이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유럽도 반도체 자립화를 위해 최대 500억 유로(약 67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반도체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한국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 중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담은 ‘K-반도체 벨트 전략’을 내놓을 방침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과 세제 지원 및 규제합리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정부에 연구개발 및 제조 설비 투자비용에 대해 50%까지 세액공제를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고, 움직임이 가장 뚜렷한 업종은 반도체다”며 “반도체 산업은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핵심 국가전략산업이다. 세계가 맞이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새로운 도약 계기로 삼아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강력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
국내 기업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에선 위기지만, 그만큼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백악관 화상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도 투자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텍사스와 애리조나, 뉴욕 등을 대상으로 17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백악관 화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공장 증설 계획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5월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기 평택캠퍼스에 대한 신규 투자 계획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모기업인 SK텔레콤이 통신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와 투자전문 중간지주사로 기업분할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도 반도체 분야 투자를 위해서다.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인수합병을 진행할 경우 인수 대상 기업 지분을 100% 가져야하는 공정거래법으로 인해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인수합병(M&A)에 나서기 어려웠다. 기업분할 후 투자전문회사를 중심으로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이 SK텔레콤의 계획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국내에서 작은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거시적인 움직임에 대응하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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