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보다 가난한 세대, 취업·내집마련 멀어지자 배신감 폭발 [탈이념 20대, 한국사회를 흔들다]
진보-보수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당장의 내 삶 나아지는게 더 중요
文정부 '불공정' 이슈로 분노 쌓여
"청년 목소리 들어라" 투표율 상승세
젠더갈등 20대 남성 소외감도 한몫 上>
■청년 투표율도 급상승 추세
과거 대학생·취업준비생이 많은 20대는 탈진영·탈이념적 성향에 더해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는데 몰두하면서 상대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계층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여야 모두 선거철만 되면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20대 후보들을 앞세워 '청년정치' 구호를 외치다가도 선거가 끝나면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20대 청년들 스스로가 정치 참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제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32.9%에 그쳤던 20~24세 투표율은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60.9%로 두 배 가까이 크게 올랐다.
20대 청년들이 온라인상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현실 정책의 변화까지 이끌어내겠다는 욕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성 주류 질서에 대한 저항과 반감을 지닌 20대의 경우 진보·보수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고, 정권 정책과 행태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가변적으로 반응하는 특성이 강하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진보·보수에 투표하는 게 아닌 각 당의 행태 또는 정책들이 자신들의 미래에 좋다고 여겨서 선택한 것"이라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미래를 불안하게 하지 않을 비전을 제기하는 게 20대의 새로운 진보개념"이라고 말했다.
가중되는 취업난 등 청년들이 당면한 현실적 문제를 정권이 해결해 줄 것이란 기대감과 달리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졸속 추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등 청년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채용 투명성·공정성 훼손 논란과 더불어 도덕적 우위를 강점으로 여겨온 여권 정치인들의 잇단 성추문은 정권 '내로남불'을 향한 20대 청년들의 실망과 배신감을 가속화시켰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는 월급을 한푼 두푼 모아 내 집 마련을 꿈꾸는 20대 후반 직장인들이 정권에 등을 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대 "내로남불로 분노 컸다"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모씨(21)는 "정권의 내로남불에 대한 분노가 컸다.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다면서, 실상은 입시·채용 비리로 부패해 있었다. 경쟁의 룰을 깼다는 것이 적폐로 보였다. 20대를 가르치려는 듯한 여권 인사들의 발언들도 너무 많았다"며 "20대에게는 누가 일자리를 더 늘리고, 집값을 잡고,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지와 같은 실용적 문제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25)도 "정의로운 척, 불의를 못 참는 척하는 여권에 뒤통수 맞은 느낌이어서 더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권이 지나치게 내 편은 감싸고, 상대편은 비난하는 '편가르기 정치'에 몰두하면서 지역·이념·성별 갈등이 극심해졌다는 피로감과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렸다. 직장인 최모씨(28)는 "정부가 20대 남성들을 의도적으로 소외시키며 젠더 갈등을 부추긴 면이 크다고 본다"며 "여당 청년 정치인들조차 청년을 대변하기보다 여당 입장을 대변하는 데 급급했다. 기성 정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0대는 노무현정권 때 '반노'였고, 이명박정부 때 '반이', 박근혜정부 땐 '반박'이었다. 20대가 현 정권에 등을 돌리는 건 이념적 잣대로 해석하면 안된다"면서 "일자리에 민감한 20대가 정권에 의한 피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정부 집권 4년 차에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20대가 야당에 몰표를 던진 것은 사실상 국정운영 성적에서 낙제점을 받아든 정권에 대한 심판 성격이 짙다. 차기 대통령선거에서도 20대는 서로 투표를 독려하며 선거 당락을 가를 '스윙보터'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공산이 크다. 이모씨(25)는 "20대는 재보궐선거를 통해 한 번 의사표명을 했다.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할지는 여야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바뀔 것 같다"고 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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