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중에 부스터샷 3,300만회분 더 필요..내년에도 일상회복 '가물'[백신 후진국 전락 무슨일이]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2021. 4. 1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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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확보 가시밭길
모더나·화이자와 6,600만회 계약
현재 확보한 백신 겨우 700만회분
글로벌 수요 급증에 백신확보 난항
'코로나 극복 시점' 늦춰질 수밖에
[서울경제]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부스터샷(3차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국내 백신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직접 공급받기로 한 화이자·모더나(코백스 제외) 백신 물량은 총 6,600만 회분으로 부스터샷을 위해 추가로 확보해야 할 물량은 최소 3,300만 회분에 달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확보한 화이자 백신은 700만 회분에 불과한 데다 모더나 백신은 아직 국내에서 품목 허가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등 이미 국내에 도입한 다른 백신들은 줄줄이 혈전증 등 부작용으로 접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정부가 필요한 물량을 제때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게임체인저’인 백신 접종이 지연되면 오는 11월 집단면역 구축은 물론 결국 코로나19 극복 시점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방역 선진국’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K방역’이 적절한 백신 확보에 실패하면서 이제는 ‘백신 후진국’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현지 시간) 미국 최대 약국 체인 CVS헬스 주최로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가을부터 미국인들이 현재 2회 접종하게 돼 있는 모더나 백신의 부스터샷을 맞도록 할 것”이라며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세 번째 접종이 필요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모더나 백신은 화이자 백신과 같은 mRNA 계열로 두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은 3~4주지만 면역 효과를 유지하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서 6개월가량이 지난 후 추가 접종을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화이자 역시 같은 행사에서 “2차 접종 후 12개월 내 1회분 추가 접종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얀센 백신은 혈전증 부작용으로 미국·네덜란드·덴마크 등 주요 국가들이 접종을 중단한 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AZ 백신은 젊은 층에서 혈전 부작용 위험이 커 국내(30세 미만)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가 연령 제한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효능이 뛰어난 화이자·모더나 백신 수요가 커지고 있다. 실제 유럽연합(EU)은 최근 화이자 백신 5,000만 회분을 싹쓸이했고 모더나는 올 7월까지 약 2억 회분을 미국에 우선 공급하기로 하는 등 각 국가들은 ‘백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부스터샷까지 필요해지면서 화이자·모더나 백신 쟁탈전은 더 격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우리 정부는 기존 도입 예정 물량들에 대해서도 “시기와 물량을 협의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할 뿐 추가 물량 확보 방안은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30대 미만에 대한 AZ 접종을 보류해 4~5월 접종이 예정된 보육기관·학교 교사, 군인, 항공 승무원 등 확산세를 차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우선 접종 대상자 중 상당수의 접종 일정이 더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백신 접종률은 터무니없이 낮다. 글로벌 통계 기관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이 기관에 접종 현황을 보고하는 200여 개 국가 중 인구 100만 명당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2회 접종) 비중이 0.1% 혹은 0.1% 이하인 국가는 한국을 포함 11곳이다. 한국·필리핀·태국·이란은 접종률이 0.1%며 튀니지 등 7개 국가는 0.1% 이하다. 1회 접종률은 2.91% 수준이지만 AZ·화이자 백신 모두 2회 접종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경우 2회 접종 물량까지 1회분으로 끌어다 쓰고 있는 만큼 접종 속도는 한동안 더욱 느려질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K방역에 찬사를 보냈던 해외에서 오히려 한국이 글로벌 코로나19 극복에 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16일 CNN은 “한국·호주 등 아태 국가들의 ‘백신 신중론’이 의도치 않게 코로나19 종식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접종 속도가 더딘 지역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면 미국·영국 등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국가의 백신 성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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