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대유행에도 주가는 오른다

한겨레 2021. 4. 18. 18: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Weconomy] 최석원의 현명한 투자]Weconomy | 최석원의 현명한 투자

4차 코로나 19 대유행이 사실상 시작됐다. 관련 통계를 실시간으로 전하는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지난 1월 75만명을 기록한 후 36만명까지 줄었던 7일 평균 하루 확진자 수는 최근 다시 70만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 하루 1천명대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보다는 덜하다고는 해도, 최근 들어 하루 확진자 수는 600~700명대를 오르내린다.

재확산 이유는 나라별로 조금씩 다를 테지만, 크게 보면 오랜 기간 활동 제약에 따른 피로감이 첫째 이유일 것이고,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계심이 줄어든 현실이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게다가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정부 역시 맨 처음 전염병이 퍼질 당시보다 더 강한 방역 지침을 내리기 어려운 처지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백신 접종에 의한 집단 면역 시점은 올해 하반기 이후로 넘어갈 전망이다. 현재의 추세를 감안할 때 자칫 잘못하면 4차 대유행이 지난 3차 때보다 더 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렇게 전염병이 다시 확산하고 있음에도 증시는 상승 추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우리 증시는 지난 2~3월보다 전염병 확산이 빨라진 4월 들어 오히려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코스피는 2~3월에 각각 1%대 상승을 기록했지만, 4월에는 지난 15일까지 벌써 5% 상승했다. 다시 한 번 글로벌 주가 상승 속도를 넘어섰다. 1분기 중 금리 상승에 따른 충격으로 큰 폭으로 내렸던 코스닥 지수 역시 4월 들어 6% 넘게 상승하며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이번에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돼 올해 1월 초에 정점을 기록했던 3차 대유행 당시에도 주가는 크게 올랐다. 이 기간에 코스피는 30% 이상 올랐고, 미국 증시도 20%를 넘나드는 상승세를 보였다.

전염병에 대한 증시의 이러한 반응엔 당연히 그럴 법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식의 가치는 결국 경기 사이클과 기업이익, 그리고 주식을 사고자 하는 수요, 즉 유동성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전염병이 확산할수록 정책 당국이 나서서 재정을 더 많이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즉 지금은 이렇게 풀린 돈이 결국 돌고 돌아 자산시장에 투자되거나 기업에 흘러들어 가 증시를 부양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전염병의 확산은 계속해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데, 이 역시 증시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지금처럼 오프라인 자영업자가 파산으로 몰리는 형태의 양극화인 경우엔, 정책 당국이 자산가격 상승에 의한 양극화를 다루듯 유동성을 회수하고 금리를 올리긴 쉽지 않다. 각국 중앙은행이 최근 나타나고 있는 물가 상승 압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증시 투자자들이 통화정책 기조가 바뀔 때까지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이라 믿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다.

백신 접종과 거리두기에 따른 피로감으로 방역 강도가 초기보다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다는 점도 증시엔 힘이 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빠르면 이번 여름, 그보다는 조금 늦겠지만 다른 선진국들도 올해 안에 집단 면역 상태를 달성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고 있는데, 이러한 믿음과 국민의 피로감이 맞물리며 방역의 강도는 예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방역의 강도가 약하면 경제적 충격도 덜 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원과 자산가격 상승이 소득을 지탱하는 가운데, 코로나 19가 바꾼 생활 패턴을 반영한 소비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 역시 증시를 지탱하는 힘이다. 여행을 가는 대신 TV를 바꾸거나 콘텐츠 플랫폼에 가입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재택근무가 확산하며 노트북PC 판매가 늘어나는 등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득을 보는 산업도 뚜렷하게 관찰된다.

물론 집단 면역이 형성되면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제품 소비는 줄어들 것이고, 특정 산업의 수혜 바람도 한풀 꺾일 것이다. 또한 집단 면역으로 경제 정상화가 진행되면 지난 2~3월에 나타났던 것 같은 금리 상승과 정책 정상화 가능성이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시기로 보이지 않는다. 수십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주가 상승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아직 투자를 중단할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최석원 ㅣ SK증권 리서치센터장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