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면역' 인류의 도전 美, 英, 이스라엘 가시권.. '이중 변이'가 마지막 고비

김진욱 2021. 4. 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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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아동·임산부 뺀 90%이상 접종
4개월 전 1만 명 넘던 하루 확진 100명대로
"英, 면역률 73.4%"..자연면역 감안 이미 달성
美, 2억 회 넘겨 인구 40%가량 1회 접종 완료
2차 백신 접종 완료자 감염 비율은 0.008%
“18일부터는 실외에선 마스크 착용 필요 없다.”
율리 에델스타인 이스라엘 보건부 장관

1년 5개월째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는 가운데 '백신 선진국'이 주도하는 집단면역 실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백신접종에 속도가 붙은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마침내 희망에 다가서는 모습이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 중 감염되는 사례가 극소수로 집계되면서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인류가 승기를 잡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축배를 들 때가 아니라는 경계도 함께 잇따른다. 변이 바이러스의 위력이 기존 백신을 쓸모없게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전 세계 백신 접종 9억 회 육박… 선두에는 이스라엘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세계 170여 개국에서 약 8억8,444만 회분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하루 평균 1,700만 회 접종한 셈이다. 100만 회 이상 접종을 완료한 국가도 전 세계 56개국에 이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스라엘이다. 이날까지 총 1,031만2,735회 접종을 완료했고 이 중 2회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이 인구의 절반을 넘은 54.9%에 달한다. 전 국민 대비 접종 비율로는 단연 세계 1위다.

확진자 수 세계 1위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접종 횟수가 많다. 이미 2억 회 접종 선을 넘겼다. 전 국민의 39%가 최소 1회 접종을 마쳤고 하루 평균 접종자 수도 320만 명을 넘었다. 코로나19의 진원으로 지목되는 중국은 1억8,736만여 회를 접종했다. 다만 거대한 인구 탓에 2회 접종(200%) 기준으론 전 인구의 6.7% 수준이다. 최근 신규 확진자 폭증 양상을 보이는 인도는 1억2,250만 회를 접종해 접종 건수 세계 3위에 해당한다. 다만 접종 비율로는 중국에 비해서도 뒤떨어진다. 2회 접종 기준 4.5%를 기록했다. 2회 접종을 모두 마친 인구는 1.2%에 불과하다.

영국 런던의 소호 지구에서 16일 시민들이 영업을 재개한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 모여 식사와 음료를 즐기고 있다. 영국은 12일을 기해 코로나19 제한 조치를 대폭 완화했다. 런던=AFP 연합뉴스

‘집단면역’ 가시권… 英 “사실상 달성” 자축

집단면역 달성을 눈에 띄게 강조하는 쪽은 영국이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은 지난 12일 “모델 예측 결과에 따르면 영국은 12일 자로 집단면역에 도달했다”고 선언했다. UCL 연구진은 “면역력을 지닌 영국 국민의 비율은 73.4%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국민 중 75% 이상이 코로나19 항체를 가진 것을 집단면역이라고 가정하는데, 영국은 하루 44만여 건 백신 접종만으로는 집단면역까지 아직 4개월여 남았지만 기존에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돼 항체를 가진 사람들까지 계산한다면 사실상 집단면역을 이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16일 영국 스카이뉴스는 영국 전역의 현재 R값(재생산지수)이 0.7에서 1사이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R값이 1을 밑돈다는 것은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다. 영국 통계청(ONS)은 지난 4~10일 영국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480명 중 1명꼴로 직전 주의 340명 중 1명꼴에 비해 감소했으며 지난해 9월 19일 이후 최저 수치라고 밝혔다.

그간의 봉쇄로 옥죄였던 영국인들은 12일 자로 발령된 봉쇄 해제에 쌓인 스트레스를 일제히 발산했다. 리즈의 한 술집에서 5,000여 건의 예약이 잡힌 사실이 BBC방송을 탔다. 런던 남동부 한 술집의 사장인 니컬러스 헤어는 이날 자정을 맞아 술집 문을 열면서 입장하는 손님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고 "부활과도 같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스라엘 독립 73주년인 15일 텔아비브 해변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따뜻한 햇볕을 즐기고 있다. 이스라엘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어서면서 감염자 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빠르게 일상을 회복 중이다. 텔아비브=AP 연합뉴스

이스라엘 “실외선 마스크 해방 선언”, "5월엔 경제 완전 복원"

이스라엘은 18일 자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율리 에델스타인 이스라엘 보건부 장관은 15일 “마스크는 코로나19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나 이제 실외에서 더는 필요가 없다”며 “18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은 5일부터 코로나19 백신 2회차 접종을 마친 지 일주일이 지났거나,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병사의 비율이 전체 병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부대를 대상으로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 실험에 착수했고, 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자 이를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18일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이 수업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대응 사령탑 격인 나흐만 아쉬 교수를 인용해 "5월이면 전체 경제가 완전히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대응 부실로 지탄을 샀던 이스라엘은 발 빠른 백신 접종으로 일상 복귀의 신호탄을 쐈다. 아동과 청소년, 임산부 등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인원들을 제외한다면 접종 가능 인원의 90% 이상이 백신을 맞았다. 집단면역을 선포하고 일상 복귀를 서두른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월드오미터 기준 17일 현재 이스라엘의 일일 확진자 수는 1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3일 1만1,316명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과 미국 생명공학기업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대표적이다. 로이터·AP·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지막 숙제는 ‘변이 바이러스’… ‘국가 간 편중’도 해결해야

백신의 효과는 이미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자국민 6,600만 명 이상을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약 5,800명만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감염자가 발생할 확률이 0.008%라는 뜻이다.

다만 안심은 이르다.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특히 인도의 상황이 심각하다. 인도에서는 영국 및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발 변이 바이러스와 함께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번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잇따라 지적하고 있다. 하루에 6만여 명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마하라슈트라주(州) 일부 지역의 코로나19 감염자 중 60% 이상이 이중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아누라그 아그라왈 인도 국립과학산업연구위원회 유전체학연구소장은 밝혔다. 또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의 효과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인류의 대(對) 코로나19 싸움이 쉽게 마무리될 것 같지는 않다는 어두운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부국에 편중된 백신 공급도 문제로 남아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부자 상위 27개국이 백신의 38.6%를 차지하고 있다고 주의환기했다. 전 세계 인구의 4.3%를 차지하는 미국이 백신 23.9%를 손에 쥐고 있고 인구 0.9%인 영국이 백신 4.7%를 확보하는 등 백신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소득이 가장 높은 국가는 가장 낮은 국가에 비해 백신 접종 속도가 25배 빠르다”고 꼬집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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