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IRP 수수료 0"..삼성증권 파격 공세

김정범,박용범,문지웅 2021. 4. 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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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없는 IRP 국내 첫 출시
연금자금 증권사로 이동 주목

◆ 퇴직연금 투자시대(下) ◆

삼성증권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부과되는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삼성증권 다이렉트IRP'를 출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커지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한 선제적인 전략으로 분석된다. 특히 개인 가입자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은행 위주로 재편된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로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할지 주목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면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이 선보인 '다이렉트IRP'는 현재 금융회사들이 IRP 계좌에 연간 0.1~0.5% 수준으로 부과하는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IRP는 대개 장기로 운용되기 때문에 수수료 면제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가입자 입장에서 전체 IRP 수수료 비용이 '0'이 되는 것은 아니다. IRP 계좌에서 펀드 등에 가입하면 개별 상품에 대한 수수료(평균 0.4%)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 55세 퇴직자가 퇴직금 3억원을 입금한 후 20년간 매년 3% 수익을 내면서 연금으로 수령할 때 1000만원 안팎의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IRP 적립금 규모는 34조4167억원 수준으로 2015년(10조8716억원)과 비교해 5년 새 2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IRP는 2018년 말 19조1873억원에서 2019년 말 25조400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3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기태 삼성증권 연금본부장은 "'다이렉트IRP' 등장으로 증권사 IRP 매력이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

"401K 덕에 은퇴 후에도 대도시 살죠"…美 연금 백만장자 급증

퇴직연금으로 중산층 키워라

투자처 다양화 美 401K
年7%대 꾸준한 수익률 성과
26만명이 연금자산 100만弗

운용사 대형화·수익률 경쟁
퇴직연금 투자 물꼬 트면
'한국판 피델리티' 탄생 가능

뉴욕과 뉴저지 일대의 교량·터널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인 포트오소리티(Port Authority)에 근무하는 케네스 술 씨(53). 전기 엔지니어인 그는 지난해 두 자녀를 모두 대학에 보낸 뒤 부인과 뉴저지주 크레스킬에 살고 있다. 주택 정원을 가꾸고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내는 게 취미다. 그는 "은퇴가 얼마 안 남았지만 연금이 있으니 별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20년 이상 가입한 401K(미국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덕분에 퇴직 후 적지 않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은퇴 후에도 생활비가 비싼 뉴욕 근처의 주택가에서 계속 살 수 있는 이유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이병선 모건스탠리 퇴직연금 디렉터는 "미국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한 것은 은퇴시기를 고려해 생애주기별로 자산을 배분해주는 연금펀드인 타깃데이트펀드(TDF) 역할이 크다"며 "미 노동부는 TDF를 401K 퇴직연금 선택 시 기본 옵션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401K는 디폴트 옵션으로 연 7% 수준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100만달러 이상의 연금자산을 쌓은 401K 백만장자가 속출하고 있다. 피델리티에 따르면 401K 연금자산이 100만달러가 넘는 가입자는 26만2000명(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전 분기 대비 17% 증가했다. 2009년 401K 백만장자는 2만1000명에 불과했지만 10여 년 만에 1150% 폭증했다.

블랙록, 피델리티, 뱅가드 등이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로 성장한 데는 TDF를 기반으로 한 거대 은퇴시장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정보 서비스업체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의 TDF 관련 자산은 2019년 말 2조3000억달러(약 2530조원)에서 지난해 말 2조8000억달러(약 3080조원)로 급성장했다. 전체 401K 시장의 절반에 달하며, 그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피델리티 한국 대표를 지낸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는 "미국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인 401K가 오늘의 피델리티를 있게 했다는 게 정설"이라며 "1990년대 이후 401K 규모 증가와 피델리티의 운용자산 증가를 보면 상관관계를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피델리티의 운용자산 규모는 1994년 2990억달러(약 330조원)에서 2015년 2조1000억달러(약 2310조원)까지 가파르게 늘었다. 같은 기간 401K 규모도 9000억달러(약 990조원)에서 4조4000억달러(약 4840조원)까지 증가했다.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로 유명한 맥쿼리도 호주 근로자들의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하면서 세계적인 운용사로 성장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기업의 시가총액 규모는 별로 크지 않았다"며 "퇴직연금 자금이 자산운용사를 통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기업의 시가총액이 급팽창했고 미국의 두꺼운 중산층 형성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뱅가드의 운용자산(AUM)은 7조1000억달러(약 7800조원)에 이른다. 피델리티는 3조8000억달러(약 4180조원)이다. 호주 맥쿼리도 5500억호주달러(약 500조원)를 운용한다. 반면 국내 1위 삼성자산운용은 300조원을 밑돈다.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40조원 수준이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1995년 401K의 뮤추얼펀드 투자액은 2660억달러로 전체 401K 적립금의 30.8%에 달했다. 5년 뒤인 2000년 401K의 펀드 투자액은 8300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펀드 투자 비중도 47.8%까지 증가했다. 2015년 401K를 통한 펀드 투자액은 3조달러에 육박할 만큼 커졌고 미국 증시도 함께 성장했다.

존 리 대표는 "미국에서는 피델리티 같은 운용사들이 기업을 방문해 근로자들에 대한 퇴직연금 운용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자본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퇴직연금 자금이 결코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입자가 직접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할 수 있는 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규모는 100조원을 돌파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기 저금리 시대가 계속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의 주도권이 은행, 증권사에서 초대형 운용사로 넘어가고 있다"며 "운용사 대형화는 투자 자산의 다양화와 수익률 향상으로 이어져 돈을 맡긴 고객 부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85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연평균 목표 수익률이 5.5%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 실장은 "미국과 호주의 퇴직연금 시장은 DC형 제도를 통해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왔다"며 "우리나라는 퇴직연금 유치 경쟁은 있지만 수익률 경쟁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실장은 "150조원에 이르는 DB형 퇴직연금 운용에 기업들이 소극적인 것도 문제"라며 "수익률과 임금상승률 격차가 장기간 누적되면 결국 기업의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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