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싸우려는 쿠팡에..공정위, 재벌 족쇄 채우나
해외서 기업이미지 망가진채
외국 공룡에 도전 하나마나
외국계 에쓰오일·한국GM
'총수없는 집단' 예외 인정
쿠팡에 '총수' 지정은 불공정
이미 뉴욕거래소 감시받는데
추가 규제땐 통상마찰 가능성
◆ 쿠팡 '재벌 총수 지정' 논란 ◆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 주장에 대해 재계는 다음과 같은 맹점을 지적한다.
우선, 재계에서는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 앞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다른 외국계 기업과의 형평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64곳 중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곳은 KT, 포스코, KT&G, NH농협금융지주,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HMM(옛 현대상선) 등 9곳이다.
여기에는 쿠팡처럼 외국계 기업인 에쓰오일, 한국GM도 포함돼 있다. 일각의 논리대로라면 에쓰오일은 모기업 아람코의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한국GM은 본사인 미국 GM의 메리 배라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공정위는 두 회사 동일인을 각각의 한국법인으로 지정했다. 김 의장이 미국 시민권자임을 고려하면 두 기업처럼 쿠팡 한국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다는 게 재계 주장이다.
두 번째, 중복 규제 논란도 제기된다. 쿠팡 한국법인 쿠팡주식회사의 모회사인 미국 쿠팡INC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법인으로, 이미 공시와 내부거래에 관해 관련 법령에 따른 규제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상품, 부동산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한국 공정거래법에 명시된 규제가 모두 포함돼 있다.
세 번째, 한국계 미국인인 김 의장이 기업 오너 권한을 가지면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를 벗어나기 때문에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 의장의 쿠팡 지분은 10.2%에 불과하지만 의결권 중 76.7%를 보유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고 있다.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을 경우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쿠팡 같은 '빅테크(Big tech)' 기업은 과거와 달리 투명한 지분 구조와 의사 결정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쿠팡에 따르면 현재 쿠팡주식회사는 계열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고 특수관계인의 친족이 지분을 가진 법인도 없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1980년대 가족경영을 하던 재벌을 잡기 위해 만든 법으로 수평적 구조의 정보기술(IT) 기업을 규제하려다 보니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네 번째,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이 통상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지가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에쓰오일의 경우 사우디 왕실이 보유한 아람코가 지분 63.41%를 갖고 있지만, 개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아닌 에쓰오일 한국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다. 만약 미국 시민권자인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각종 추가 규제를 받을 경우 미국 정부가 이를 사우디와 비교해 불리한 취급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고 투자자·국가분쟁소송(ISD)을 제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섯 번째, 한국 특유의 기업집단 규제라는 족쇄를 찬 상태에서, 여기에서 자유로운 아마존·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이커머스 공룡들과 쿠팡이 제대로 경쟁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유효상 숭실대 교수는 "만약 김 의장 본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김 의장이 해외에서 법인과 함께 공동출자 등을 하는 것도 국내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국내에만 있는 제약이 글로벌 사업을 펼치는 데 발목을 잡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성 기자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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