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여학교서 '손녀' 떠올렸던 바이든이 철군을 결심하게 된 계기
[경향신문]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처음 방문한 미국 의원이자 아프간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에 주둔해온 미군의 완전 철수를 결정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미 외교전문지 폴린폴리시는 2008년 바이든 대통령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당시 대통령을 만난 뒤 아프간에 대한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고 16일(현지시간)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때 아프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데 전념했었다. 미군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20년 간 아프간에 주둔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인 2001년 수십억 달러가 들더라도 아프간 재건을 도와야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02년 1월, 그는 아프간 수도 카불을 방문한 최초의 미국 의원이 됐다.
당시 아프간에서 새롭게 문을 연 여학교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크게 감명을 받기도 했다. 탈레반 통치 하에서 여성들의 교육이 금지됐지만 미국의 도움으로 여학교가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순방길에 함께 올랐던 노먼 커즈 전 상원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어린 손녀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점점 더 아프간의 현실에 눈을 뜨게 됐다. 아프간의 뿌리깊은 부패로 미국의 도움에도 재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폴린폴리시는 결정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에 대한 입장을 바꾼 시점을 2008~9년 사이라고 전했다. 2008년 2월 그가 아프가니스탄 순방을 떠났을 때 카르자이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두 사람의 사이를 틀어놓았다는 것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과 다른 상원의원들은 마약, 폭력 등 한 카르자이 정부의 부패 문제를 다루려 했다. 하지만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같은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이에 격분한 바이든 대통령은 냅킨을 집어던지고 손으로 탁자를 쾅 닫은 뒤 ”이번 만찬은 끝났다“고 선언하며 걸어나갔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맡은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의 안정화에 대한 전망을 절망적으로 내다봤다.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 아프간 미군 주둔을 낭비라고 주장하는 유일한 고위직이 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최근 회고록에서 “바이든이 카르자이 전 대통령은 물론 현재 대통령인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아프간 정부를 거의 신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바이든의 아프간 정부에 대한 실망은 20년 만의 아프간 땅에서 미군이 떠나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폴린폴리시는 전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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