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관 지원자에게 '정당 가입사실 없음' 서약서 요구..위헌 논란
[경향신문]
대법원이 올해 신임 법관 임용시험 원서에 3년 이내에 정당 가입 사실이 없음을 확인하는 서약서를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가 최근 관련법에 정당 가입 이력을 법관 결격사유로 추가했는데, 이 조항이 처음 본격 적용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약하는 등 위헌 소지가 큰 조항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대법원은 19일 시작되는 일반 법조경력자 법관 임용 지원서류에 ‘결격사유 확인 및 서약서’를 포함시켰다. 서약서에는 결격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 등과 함께 ‘당원의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 등을 명시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확인토록 돼 있다. 그리고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을 경우에는 임용 취소 등 일체의 불이익을 감수할 것임을 확약합니다”라는 내용에 서명토록 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면서 법관 결격사유로 탈당 이후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을 추가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2019년 처음 발의한 개정안에는 ‘탈당 이후 5년’이었는데 이듬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3년으로 바뀌었다. 법 개정 당시 이런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임용에서 사전 필기시험에 합격한 한 변호사는 “결격사유를 뒤늦게 알게 돼 지원서 제출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법원도 해당 법률 개정 당시 위헌 의견을 낸 바 있다. 법원행정처는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 또는 공무담임권에 중대한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국회에 밝혔다. 법무부도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률에서 임용 전 정치활동을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현행법상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정당 가입이 금지돼 있지만 과거 정당활동이 임용에 문제가 되진 않는다.
법조계는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한다. 법원행정처 차장 출신의 전직 대법관은 “헌법 제8조에 정해진 정당활동의 자유에는 정당 설립·가입·탈퇴의 자유가 포함된다”면서 “정당원이었다는 사실만으로 법관 임용에 제한을 두는 것은 심각한 기본권 침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조항의 입법목적을 보면 정치적 중립성 보장인데 법관이 되기 전에 정당에 가입한 것과 합리적인 관련성이 없다”면서 “편견 내지 예단에 의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설명했다.
전종익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정당 가입을 이유로 판사 임용이 제한되는 것은 헌법 제25조가 보장하는 공무담임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과거 사법시험 시절에는 사법연수원생 신분부터 공무원이었고, 수료와 동시에 법관에 임용됐다”면서 “지금은 법조인으로 5~10년 경력을 쌓아 법관이 되도록 하고 있는데 장기간 정치 참여를 막는 것은 이러한 법조일원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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