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상속세' 13조원 납부기한 임박..납부 어떻게?

[경향신문]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연합뉴스

‘13조원’…지분 매각 가능성은 낮아
배당·대출로 5년간 분할납부 관측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망에 따른 유가족의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4월30일)이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삼성이나 유가족의 공식적인 언급은 없지만 재계에선 주식 배당금과 은행 대출금 등을 활용해 6차례 분할납부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 회장이 남긴 삼성 계열사 주식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매각을 최소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이 상속한 삼성 계열사 주식의 평가액은 약 19조원으로 그에 대한 상속세는 11조366억원으로 정해졌다. 여기에 경기 용인 에버랜드 땅과 서울 한남동 자택을 비롯한 부동산, 약 1만2000여점에 달한다는 미술품을 더하면 총 재산이 22조원을 넘어서고, 유가족이 부담할 상속세는 약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측은 “유가족이 결정할 일”이라며 “어떻게 할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재계에선 아직까지 자산 매각 움직임이 없는 것을 근거로, 한꺼번에 13조원의 상속세를 내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속세를 신고할 때 신고세액의 6분의 1을 내고 나머지 6분의 5를 향후 5년간 분할납부하는 ‘연부연납’을 신청할 것이 유력하다. 분할납부 이자율도 연 1.2%로 높지 않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2018년 구본무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LG 주식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을 연부연납하고 있다.

이럴 경우 올해 납부해야 하는 2조원대 초반의 상속세는 삼성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금과 대출금으로 낼 가능성이 크다. 이 회장 일가는 삼성전자 특별배당 등으로 지난해 삼성 계열사 주식 보유에 대한 배당금을 약 1조원 수령했다.

이 부회장이 최근 복수의 은행에서 수천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은행들이 ‘돈 떼일 염려 없는’ 이 부회장에게 서로 대출을 해주려 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이 회장이 상속한 계열사 지분은 삼성생명 20.76%, 삼성전자 4.18%, 삼성물산 2.88% 등이다. 재계에선 경영권을 승계한 이 부회장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이 상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가족들이 이 지분을 팔아 상속세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은 현재로선 소수 의견이다. 삼성의 지배구조가 ‘이 부회장→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에 이 부회장 입장에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아버지가 물려준 지분이 필요하다. 현재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삼성물산 17.5%, 삼성전자 0.7%에 불과하다.

삼성생명 지분은 이 부회장이 물려받더라도 잠재적인 위험은 있다. 만약 이 부회장이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재판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 삼성생명에 대한 의결권이 10%로 제한된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가 중요한 상황에서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 때문에 미리 지분을 처분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